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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쌤 Jun 12. 2019

민요의 DNA, 누구나 갖고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민요의 치명적 매력에 대한 보고서

자주 가는 요리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서 '이 노래 정말 매력적이에요, 들어보세요'라는 글을 클릭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국악에 대해 관심도 흥미도 없었을 것이다.


https://youtu.be/QLRxO9AmNNo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는 예술 분야에서, 이렇게 오래된 음악이 이렇게 새로울 수 있다니! 민요는 한 많은 노인들이 부르는 것일 줄로만 알았던 무식한 내게, 새로운 음악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 매력적인 밴드를 유튜브에서 보자마자 뭔가에 홀린 듯 검색을 시작했고, 바로 다음 날 연남동의 '채널 1969'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강렬한 끌림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어서 퇴근을 서두르고, 아이들 밥을 먹이고 남편에게 조기퇴근을 종용한 뒤 바톤터치를 하고 공연장으로 날아갔으나, 선착순에서 잘리는 불운을 겪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음원을 들으며 팬카페에 가입을 하고, 이 신선한 밴드의 공연을 네 번이나 보게 되었다. 매 공연마다 친구들을 데리고 갔는데, 이 밴드의 음악을 처음 듣는 친구들도 다 같이 떼창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 피에는 민요가 흐르는 줄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씽씽은 해체되었지만, 나의 관심은 민요에서 판소리로, 기악으로 더욱 확장이 되었다.

민요의 가사를 듣다 보면 찌르르하며 울컥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오래된 가사를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독한 사랑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청춘 홍안을 네 자랑 말어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

세월 가기는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살살 바람에 달빛은 밝아도

그리운 마음은 어제가 오늘이라

우연히 든 정이 골수에 맺혀서

잊을 망자가 병들 병자라   

경기민요 '청춘가' 중


가슴 아픈 사랑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겠는가..

잊으려니 병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하니 슬픔이 더 북받친다.


아니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창문을 닫쳐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인가 달빛이 사랑인가

텅 빈 내 가슴속에 사랑만 가득히 쌓였구나

사랑사랑 사랑사랑 사랑이란게 무엇인지

보일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듯 타가도 놓쳤으니

나혼자만이 고민하는데 무엇이 사랑에 근본인가

경기민요 '창부타령' 중


갈까보다 갈이 갈까보다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보다

잦은 밥을 다 못 먹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보다

부모동생 다 이별하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보다

경기민요 '갈까보다' 중


숨기지도 못 하고 스며드는 사랑에 애태우다 가족들도 버리고 사랑 따라 나서는 바보같은 낭만. 그 사랑 후에 오는 잊지 못하는 아픔. 우리 민요에 흐르는 사랑 이야기다.


이 가슴 아픈 사랑 노래의 정점에 있는 민요가 있다. 양반댁 아씨를 사모하는 종놈의 이야기. 신분 차이로 좋아한다는 말 한 번 못 건네보고, 아씨는 곱게 단장하고 시집을 간다. 종놈은 아씨를 태운 가마채를 잡고 울먹이고 아씨는 종놈을 달랜다.


연분홍 저고리 남길동 소매

나 입기 좋구요 너 보기 좋더라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가마채 잡고서 힐난 질 말고

나 시집간 데로 멈살이 오소래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나 시집간 데로 멈살러 오면

신든 버선에 볼 받아 줌세나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사랑을 한다고 애당초 말하지

봉채를 받은 걸 내 어찌 알리오

아이고 아이고 성화로구나

서도민요 '자진아리' 중


아씨는 종놈에게 시집간 데로 머슴 살러 오면 헤진 버선 기워준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랑하는 여인이 결혼한 곳에 머슴 살러 갈 수가 있겠는가.. 아씨도 종놈도 온통 눈물바람이었을 듯.


이 절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민족이라니, 정말 로맨틱하지 않은가.

신나는 민요에서 나오는 흥도, 이 지독한 사랑 타령에서 나오는 낭만도 다 우리의 DNA에 각인되어 있다. 거부하지 말고 일단 들어보시라, 빠져들게 된다.


https://youtu.be/iaUpQPwiffc

*재즈반주로 편곡한 이희문&프렐류드의 ‘자진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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