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콤콤한 매력
무엇에 홀린 듯 한참을 쳐다보다 말린 시래기를 한 박스 샀다. 소포장과 번갈아 보다가 결국은 박스로 샀다.
도대체 저런 소여물 같은 풀을 왜 먹나..예전엔 그 맛을 몰랐다. 시커멓고 꼬릿하며 콤콤한 냄새가 나는 시래기의 매력을 모르고 산 인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비린 것을 먹지 않았고, 고기도 기름이 많은 부위는 먹지 않아서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은 까다로운 입맛이었다. 생선을 말리면 그 콤콤함이 배가 되는데 코다리도 그런 이유로 잘 먹지 않았다.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가 이 코다리를 달달하게 조려 주셨는데, 생선을 싫어하는 나도 그 냄새는 좋아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해주신 코다리는 거의 먹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한참 되었는데 나이를 먹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은 코다리 전문점에서 코다리찜을 먹은 이후였다. 시래기에 매콤하게 코다리를 조려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하는 마성의 힘을 경험해 보니 이걸 집에서 해 봐야겠다는 생각뿐!
뻣뻣한 시래기를 보들보들 불리고 삶아 껍질을 벗겨내는 것은 앞에서 한 번 다뤘다. (이야기가 있는 주방. 02편)
밥 먹다 말고 소주 한 병 주세요~ 를 외치게 되는 코다리 조림을 만들어 보자!
재료 :
코다리 4 마리 (손질되어 토막 낸 거 사세요, 저는 통으로 된 게 저렴해서 이걸로 샀는데 제 인건비는 소중하니까요)
시래기 먹고 싶은 만큼 (과학적 계량)
무 (두껍게 썰어서 냄비 바닥에 빈 틈 없이 깔만큼. 냄비 지름은 뭐냐고요? 내키는 대로. 저는 36cm 초대형 웍을 사용했습니다)
양파 , 청양고추 , 감자는 옵션.
시래기 양념 : 된장 2 큰술, 다진 마늘 1 큰술, 고춧가루 1 큰술, 들기름 1 큰술 (참기름으로 대체 가능)
코다리 양념 : 고춧가루 3 큰술 , 청양고추 다진 거 1 큰술 (생략가능), 다진 마늘 2 큰술 ,
달인 액젓 2 큰술 (멸치나 까나리 액젓으로 대체 가능), 진간장 2 큰술,
매실액 2 큰술 , 요리술 2 큰술 , 참기름 1 큰술 , 생강가루 , 후춧가루 약간 씩
다른 반찬 필요 없다. 뜨끈하고 구수한 현미밥에 코다리 한 점과 시래기를 얹어 후후 불어가며 먹어보자.
아재 입맛 아들들도 즐겨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