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 안에서 엉킨 발음 연습을 한다. 러시아 작곡가 이름이 왜 이렇게 외워지지 않는 건지, 발음할 때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돼서 내 목젖에 달라붙는 것만 같다. 사회 보는 중에도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걱정이 앞선다. 한번 꼬인 발음은 끝까지 버벅거리게 되는 징크스가 있는지라 여러 번 다시 소리 내어 연습한다.
유튜브 재생목록에서 흘러나오는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 긴장감 가득한 음률에서 완벽한 대칭을 이루던 빌라 아메리코 카프라를 그려본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던 드 비어스 광고음악이 확장되어 완성되었다는 3악장의 곡 중, 1악장 알레그레토의 느낌을 연주자들은 어떻게 완성해 낼까?
연주회장에 도착했다.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눈을 감고 시트에 기댄다. 무대의 순서, 각 무대별 출연자, 짜일 동선들이 감은 눈 뒤로 스친다. 직접 들어가 가만히 리허설 장면을 바라본다. 각자의 음에 귀를 기울이며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보인다. 예총 국장님이 사회 대본 첨언에 귀 기울이며 무대 위 그들을 바라본다. 빛이 난다.
<청춘: 예술과 놀다> 지원 프로젝트의 연주회, 활을 긋는 팔의 선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합주로 채우는 음들이 주는 풍성한 느낌. 직관으로 듣는 곡들로 심장이 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 황량했을 항구를 바라본 피아졸라의 눈에는 잠시 잠든 생명의 호흡. 단꿈에 빠진 생명들이 담겨있었을까? 화려한 카덴차가 몰고 오는 깊은 겨울 눈보라에 잠겨 잠든 배가 되어 물결에 흔들린다.
곡과 곡 사이, 곡의 해설을 청중들에게 말해주고 무대 커튼 뒤 몸을 감춘 채 음률에 몸을 맡긴다.
다양한 곡들이 그들의 손에서 울려 퍼진다. 청춘, 이름만으로도 눈부신 이들의 화음 속에서 잊고 있던 날들이 피어난다.
카차투리안의 가면무도회 왈츠에 맞추어 춤을 추며 돌아오는 밤, 사회보다 끝내 발음 엉켜버린 러시아 아재는 잊어버리고 여운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