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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Nov 24. 2023

저울질








주인장 인심이 어째 이려

국수사리가 팍 쪼그라 들어버렸네

마누라 집 나간 자네 집 고추 같구먼



추어탕 훈김으로 가리어진 얼굴들

한바탕 농담을 웃다 넘긴 인심 타박은

이름도 낯선 나라 전쟁으로 이어진다



왕두 : 스트라테지앙상브레
M+ 왕두 전시작




안드리 크라브첸코*가 죽었다

율리아 즈다노브스카*가 죽었다

바실 크라드코 박사*가 죽었다



천칭의 왼쪽, 하나씩 지워지는 이름

생을 갈아엎는 쇳날에 밀려 잊힐 생

천칭의 오른쪽, 내 일용할 양식

저울이 기울자 눈을 두는 땅



시작도 끝도 홀로 외로울 그들을 더듬다

가벼워 멈출 수 없는 허공의 수저질로

입을 막고 삼킨다

식도를 태우는 불길은 눈으로 번진다



눈꼬리가 흐릿해져도

산다,

살아간다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도

낯선 모음을 소리 내 말하는 나도

영점이 사라진 저울을 앞에 두고

내 멋대로 영점을 옮겨가며 살아낸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 쉰들러 리스트 메인 테마








< 붙이는 말>


*안드리 크라브첸코

: 응급처치용 혈액 응고제를 개발해 왔다는 41세의 박사. 딸과 부인은 끝까지 우크라이나에 남아 조국을 지키겠다 한다.


*율리아 즈다보느스카

: 2017년 유럽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은 여학생. 21살의 나이로 국토방위군을 돕다 사망함


* 바실 크라드코

: 반도체 물리연구선의 X선 결정학자. 그를 대체할 인력은 10년 안에 나오기 힘들다고 함.



* 사진 속 작품


1956년 후베이성 출생인 왕두 작가는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1988년 코소보 전쟁 발발 시 파리에 있던 작가는 유럽 신물들과 유고슬라비아 언론사들의 보도를 읽으면서 매일의 보고서들과 분석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장난감 탱크, 배, 바비인형들, 군인 모형들 등과 함께 신문 등의 종이뭉치들과 해맑은 어린아이를 배치해 전쟁터를 재구성했죠. 보리스 옐친과 빌 클린턴의 흉상, 그들 뒤에 있는 바비인형들을 보며 작가의 풍자로 만들어진 세상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왕두는 제목을 통해 한가로운 대화가 언론 보도에만 기반을 둔, 먼 나라의 관찰자 입장인 우리들이 전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홍콩M+전시

#오늘나의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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