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밀러 - 미래의창
나는 케냐에서 온 흑인 남성 그리고 캔자스에서 온 백인 여성의 아들입니다. 나는 노예, 또 노예 소유자의 피를 이은 미국 흑인과 결혼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소중한 두 딸에게 물려줄 유산입니다. 내게는 세 대륙에 걸쳐 흩어져 있는 온갖 피부색을 가진 온갖 인종의 형제, 자매, 조카, 삼촌, 사촌들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대 인류의 유전자(게놈) 연구를 보면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중요한 이주는 사실상 두 차례 이상이었고, 적어도 한 번은 아프리카 대륙으로의 역이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서로 겹치고 연결된 다방향 이주가 많이 이루어졌다. 유전학자들이 밝혀낸 사실들에 근거해 역사적 연대표를 그려보면 인류는 다른 동물 종들과는 달리 늘 이동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물론 인류의 이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이동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류가 지형과 기후라는 엄청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수 세대에 걸쳐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곳으로 퍼져나간 것은 확실하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테지만 아마 일련의 서로 연관된 이유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중에는 경쟁자를 피해, 기후 변화, 먹이를 찾아서 등 오늘날에도 익숙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험심, 호기심,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하는 본능 등도 역시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호기심 유전자'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약 20퍼센트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형이라고 한다.
- 이주하는 인류, p.17 샘 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