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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시
by
Bono
Dec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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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입김은 석영이 되고 있어
누구고 다듬을 수 없는 생의 흔적은
지층 사이 숨어들어 스스로를 지우고 있지
수정체 속을 유영하던 빛살도 잦아든 광장에서
발자국을 지우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밤
어느 밤, 어떤 골목을 지나와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좌표도 없는 거리를 오래 걸었지
깊이 가라앉고 있는 너를 찾아오는 길은
어지러운 발자국 사이 불안한 발걸음이 전부인
잘게 벼른 무수한 이빨 사이
부딪혀 바스러지는 이야기 조각들만이
이정표가 되어주던 날들
당신의 흐름이 멈춰버린 길 위에
나는 다리를 놓고 싶었어
신이 두다만 포석처럼 흩어진 미완의 다리는
당신을 읽지 못하던 날들의 마침표
바람도 잦아들고 호흡도 얕아져 버린
생의 너울은 얄궂게도 느리게 흐르더군
한 번의 깜빡임을 위해 나는
향고래가 되어 당신을 향해 자맥질해
당신은 알지 못할 거야
불안이 잠식한 너의 영토를 찾아오는
나의 걸음의 무게와
당신이 만나게 될 이들과 나눌 이종의 언어를
어느 날엔가 지리한 햇살이 그림자를
파고드는 오후에
빗나간 화살처럼 꽂히는 시선이
녹지 않은 석영조각을 손에 쥐고 울고 있다면
한 번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잊혀진 소리를
Amo, Volo ut sis
* 같이 듣고 싶은 곡
김진호 : 가족사진
https://youtu.be/XvHlpj4Hu3M?si=EJ0s1EZP2_oVsVtW
#작별인사
#잘가요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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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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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ing Stars, 원 리퍼블릭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상을 기록 중인 살짝 모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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