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 Vadis Domine

붉은 빛의 위로

by Bono




도로 위를 굴러가는


목적지가 분명한 움직임이 때론 부럽다.




성마른 엔진소리도 묻어버릴


갯바람에 이끌려 선 바다









서해의 노을은 숯불이다


생각의 반전을 허락하지 않는


처음부터 고요히 타올라 태양을 삼킨 뒤

먹빛 아래 정련시켜 다시 밀어 올리는


멈추지 않는 거푸집의 바닷바람


피어나는 불꽃으로 하늘을 물들이는 순수








순항을 멈춘 바람이


발목을 감고 올라와 내게 스민다


세상으로 나있는 모든 숨구멍을 두드린 뒤


도톰해진 갯벌 위로 나를 밀어 올리면





생각의 더미를 내려놓고


더 가볍게 떠오르기를 꿈꾸며


비우고, 비운 꼭 그만큼의 전진




나올 길을 잊고 싶다던


연인들의 격렬비열도 위를


유배의 섬에서 자신을 완성한 이의


고독의 서사와 그리움 사이를


북쪽 끝, 닿을 수 없는 땅에


멈춰있는 어느 가족의 뿌리까지


공평하게 감싸 안는 빛










나는 오늘 물결로 지은 가마 안에 들어 앉아


새로 빚은 작은 옹기가 되어


불의 정련을 기다린다





실금이 새겨지고,


귀가 나간 그릇이라도


불꽃 아래 잠잠히 엎드리면


보드란 유약에 감싸여 익어갈 수 있을까









내일을 감히 꿈꾸는


나를 위한 신의 위로


이지러진 새벽을 닮은 붉은 빛,


이제 지는 순간도 두렵지 않으리

















* 연재소설을 올리려다 노을을 닮은 꽃무릇을 올려봅니다. 지는 순간이 더 아름다운... 사랑이 지는 순간도 이랬으면 좋겠어요. 정우와 리아를 위해.


행복한 추석연휴 되셔요. 오가시는 길, 모쪼록 안전한 길 되시길 바랍니다. 많이 웃으시고, 기분좋게 드시고, 좋은 덕담 많이 나누시구요. 꼭이욤^^











* 같이 듣고 싶은 곡


홍이삭 - Heartfall


https://youtu.be/zAHz8qseefU?si=7y1KZBb2XINxkurJ






#꽃무릇

#지는순간이노을이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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