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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Nov 14. 2021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살면서 우리는 후회를 많이 한다. 후회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일까. 


 이전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친다는 후회.

 현재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과거에 내 선택과 행동이 자다가 벌떡 깰만큼 후회되는 상황은 아직 없다. 

 후회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글로 박제시키는 것이 두려운걸까 아니면 후회할만큼 짬이 차지 않은 걸까.

 만약 타임리프가 있어 후회하는 상황을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 이 정신머리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나는 또 똑같은 수순을 밟고 지금의 내가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이 정신을 가지고 갈 수 있어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만큼 치열하게 보낼 자신이 없다. 

 지금의 내 삶과 모습이 마음에 들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나는 후회보다는 원망을 많이 했다. 자아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던 어린 시절 대부분은 환경에 의해 원치 않는 일들이 많았다. 국적, 성별, 부모, 계층, 성향, 외모, 건강. 한번도 선택한 적 없지만 살아가야한다. 나보다 기본 옵션이 잘 갖춰진 사람들을 보며 부모와 환경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마치 내 몸 하나 겨우 들어가는 방에 갇혀 나가겠다고 벽을 머리로 찍어보고 주먹으로 두드려 보고 온 몸을 날려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마구 긁어보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몸이 더 이상 성한 곳이 없을 때까지 부딪히다 깨닫는다.  '아, 벽을 부순다고 했지만 벽이 아닌 사실 나를 부수고 있었구나.'

 

 원망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러나 억압되어 있는 감정들이 물꼬를 트기 위해 한번은 거쳤어야 할 과정이였다. 
 후회와 원망 무슨 차이일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 속상함을 나에게 돌리냐 외부로 돌리냐 차이같기도 하다. 후회와 원망을 적당히 한다면 다시 일어서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후회는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고 미래에 내가 이 기분을 최대한 느끼지 않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살 것이다. 원망은 무시하고 소외된 감정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후회와 원망은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애도과정 같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두 번째는 원망한다. 이 일에 대해 분노하고 탓을하고 그 탓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는 타협 단계다. ‘만약..했다면’ 지나간 일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가정해본다. 네번 째는 절망의 단계다. 원망과 후회, 상황을 가정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야함을 인정하며 슬퍼한다.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나면 수용하게 된다. 수용에 이르기까지 개인마다 다르다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지만 빨리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려는 사람도 있고 후회와 원망으로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사람은 본인이 가장 괴롭지만 가까운 사람들을 외롭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만큼 수 없는 사연들이 있다. 힘든 과정이지만 한 번뿐인 인생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하기보다 자기자신으로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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