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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Nov 27. 2021

[인터뷰]성실한 손톱씨

한 달에 한 번 깎는 내 손톱을 인터뷰 해보았다.


Q. 손톱을 깎는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A. 한 달에 한 번 잘라요. 주기를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손톱에 무게가 느껴지고 거슬리면 한 달이 지나 있어요.

Q. 손톱을 어떻게 자르시나요?
A.  손톱을 예쁘게 잘 못 깎아  하얀 게 안 보일 정도로 바짝 깎아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렇게 깎아야 한 달 한 번 자르는 루틴에 맞출 수 있어요.

Q. 무슨 손톱깎이를 사용하시나요?

A.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산 손톱&발톱 깎이 세트를 사용해요. 손톱이 워낙 튼튼해서 발톱 깎이로 손톱 깎아요. 


Q. 손톱을 길러본 적이 있나요?
A. 네, 20.5살까지 길러서 네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자의식과잉이 가득했던 시기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제 손톱도 평가할 거라 생각해 강박적으로 시간과 돈을 들였어요. 

Q. 네일아트에 돈을 많이 쓰셨나요? 
A. 돈이 없어 한 달에 한 번 오만 원 썼던 것 같아요. 20살 2월부터 6월까지 이십오만 원 쓴 듯해요.

Q. 네일아트 하신 것을 후회하시나요?
A. 이십오만 원으로 행복했고 돈 지랄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합니다. 네일에서 속눈썹 연장으로 갈아탔거든요.)

Q. 20.5살 이후 네일아트샵에 방문한 적은 없나요?
A. 작년 제 생일 전날 방문했어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 없이 했거든요.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언제 다쳤는지 모를 상처가 늘 있었어요. 물류 정리 하다 보면 상자에 찍히고 손톱 거스러미가 뜯겨 피가 나요. 점심 피크 타임에 싱크대에 설거짓거리가 금방 차는데 늘 손이 젖어 있다 보니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해요. 바쁘게 일하다 보면 블렌더 날에 자주 손이 베여요. 
 생일 전날 일 마치고 네일아트샵 가서 기본 케어와 영양을 받았어요. 혹사당했던 손인데 전문가가 정성스레 케어를 해주니 대접받는 기분이었어요. 

Q. 손톱에 대한 미신을 믿으시나요?
A. 아니요.  
대부분이 다 아는 손톱 깎고 아무 데나 버리면 쥐가 먹어 사람이 되는 이야기. 어릴 땐 쥐가 먹어 나와 똑같은 사람이 뿅 하고 나타날까 무서워 강박적으로 치웠어요. 이젠 습관이 되어 미신은 믿지 않지만, 손톱 깎은 흔적 없이 뒷정리해요. 깎은 손톱은 휴지에 잘 감싼 후 한 번 더 휴지로 감아요. 깎으면서 튄 손톱이 있을 수 있으니 열심히 돌돌이를 해요.


Q. 손톱 결벽증이 있으신가요?

A.결벽보다 청결 유지가 더 적합한 것 같아요. 

조금만 길어져도 지저분해 보이고 손톱 밑에 세균이 잔뜩 끼여 있을 것 같아 찝찝해요. 세균이 끼지 못하게 바짝 깎아요. 혹시 이게 결벽인가요...?


Q.손톱 버릇이 있으신가요?

A.아니요.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톱 거스러미를 뜯는 일은 없습니다. 좋은 습관이라고 하면 손을 자주 씻고 손톱 밑을 특별히 신경 써서 씻는 버릇이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손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손톱 안녕. 평소에 관심 둘 일이 없어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너에 대한 에피소드가 꽤 많구나. 내가 무관심해도 늘 성실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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