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신 Mar 20. 2022

유소식이 희소식

무소식이 희소식이기 보다 유소식이 희소식이기를 바라는 요즘


 내 연락이 부담스럽거나 피곤할 것 같은 걱정에, 새해 인사, 생일 축하 메시지, 약속을 잡을 때 말고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야'라는 말에 숨어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친구들이 먼저 연락을 줄 때면 주인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처럼 격하게 반가워한다.

 

이 쯤되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무소식을 방어하기 위한 멘트 아닌가!


 방어를 파헤쳐 보면 나한테 기쁜 소식이 친구에게는 쓰라린 소식이 될 수 있고, 공감이 어려운데 적절한 대답을 위해 감정노동을 시키는 건 아닐지 걱정 된다. 기쁜 마음으로 보낸 연락이 어떻게 닿을지는 친구가 정하는 건데 마음을 전하기 전 미리 단정짓는다. 이길보라 작가님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처럼 일단 해보는 거다. 가만히 있으면 기분 상할 일도 없고 좋은 일도 없이 평평하게 흘러갈 거다. 연락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나는 연락을 하겠다!  썼지만, 혹시 오랜만에 건넨 연락이 보험 권유, 사이비 종교 포교 활동, 다단계, 사채, 돈 빌리는 걸로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 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갑자기 ‘잘 지내?’라고 하면 오해를 받겠지만 서로 애정하는 마음이 있는 사이라면 오해보다는 반가움이 크지 않을까. 코로나 시대라 만남이 어려워졌다. 마음을 전하는 일 역시 어렵다. 


 어릴 적엔 보고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을 앞뒤 재지 않고 전했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영혼의 단짝인 우리가 다르다니. 처음에 그 사실이 낯설었다. 내가 옳다 생각한 게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 옳다고 주장한 이야기가 불쾌하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의 기쁜 일에 외로움을 느낄 때 스스로가 너무 구리다 생각했다. 마음이 가난할 때면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 일이 서운하고 화가 난다.  다행인 건 친구의 기쁜 소식을 들을 때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이 훨씬 많다. 친구들 역시 내 기쁜 소식에 함께 축하해줬다. 서로 환경이 달라지면서 뿔뿔히 흩어졌지만 여전히 서로를 재지 않고 지지해주는 소중한 관계들.


 마음 곳간에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을 때 나같은 애랑 왜 친구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럴 때마다 먼저 연락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가난한 마음이 채워진다.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나 온갖 주접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체보기를 눌러야 할만큼 긴 답장을 보낸다.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생각이 날 때 담백하게 연락보내자. 아! ‘잘 지내?’ 이 세글자만큼은 금할 것!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보니 계속 쓰는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