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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Mar 27. 2022

몸과 마음에 새기고 싶은 단어

타투를 하게 된다면 꼭 이 단어들을 새기고 싶다



 작년 새해 첫 영화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봤었다. 영화 내용도 좋지만 제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영화 제목처럼 내 삶에서 꼭 지니고 싶은 4가지가 있다. (‘어..? 영화 제목은 3단어로 이루어졌는데 안 맞잖아!’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영화 제목과 같이 3가지로 맞춰보려고 했으나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다. ‘그럼 첫 문장을 바꿔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제목이 너무 멋지다. 부디, 흐린 눈 해주길 부탁한다.) 


 절에 가거나 둥근 보름달을 보거나 별똥별을 볼 때면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보다 ‘인내, 용기, 지혜 그리고 행동력을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아! 로또 1등이 덜 간절해서는 아니다. 내 기도를 듣고 있을 신에게 다짜고짜 로또 1등이라고 말하면 ‘이 자식 노력도 안 하면서!’ 듣고 싶은 마음도 짜게 식을 것 같다. 로또 1등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가능성 있는 인내, 용기, 지혜 그리고 행동력. 이 4가지가 있다면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삶에 내공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은 깊어지겠지. 


 나는 조금만 어렵고 힘들어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봐하고 금방 중도 하차해버린다. 쉽게 얻는 재미가 아닌 어느 지점까지 가야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독서, 글쓰기, 외국어, 그림, 악기, 운동 등. 이 취미들은 처음에는 재미가 없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감각들을 일깨워 직접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외우고 따라 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 익숙하기까지 지루하고 힘들고 이걸 왜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 그 순간이 지나면 ‘오, 이게 되네?’하고 재미와 자신감이 붙는다. 한번 배워두면 평생 취미가 될 수 있기에 귀찮고 힘들어도 꾸준히 하고 싶다. 나는 자주 그만뒀다 한참 지난 후에 야금야금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도돌이표처럼 늘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한다. 신께서 인내 한 스푼 더 주셔서 한번 시작한 일은 진득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시작했으면 잘하든 못하든 일단 계속하는 사람. 


 괴롭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는 인내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조금씩 나아져 가는 기분이 아닌 작아지다 못해 소멸하는 기분이 들 때 그만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 해 보면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라고 정의한다. 


생각해 보면 용기를 내야 할 때, 이대로 그만두면 망한 것 같고 재기할 수 없을 것 같고, 재기를 떠나 나에게 어떤 능력이 있었는지 회의감이 들고 온통 겁나는 것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고 이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니라고 느낄 땐 정리해야 한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마무리다. 나는 불안, 회피, 도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 마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회피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그 순간은 피할 수 있어 한숨 돌릴 수 있지만 무책임한 행동의 후유증은 오래간다. 면전에서 비난과 욕을 들어도 직면하고 마무리 짓는 게 편하다. 시작할 때 용기가 3개가 필요하다면 마무리할 때는 10개쯤 필요하다. 어릴 땐 어른, 귀신, 어둠, 양서류, 파충류가 무서웠다. 성인이 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게 훨씬 무섭다. 어릴 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반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지금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용기가 듬뿍 필요하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점점 크게 와닿는다. 단순히 이런저런 지식이 많은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배움이 골고루 섞여 지혜가 된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과 내 세상은 다르다. 더 많은 것들을 반가워하고 감상하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경험 속에서 얻은 배움이 쌓여 그들의 세계는 넓고 깊어져 간다. 삶이든 책이든 배운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아는 만큼 행동할 것이다. 쉽게 미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파괴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 쉽게 가지고 있는 걸 나누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인내하고 시작하고 싶다. 1년 후, 3년 후.. 조금씩 쉽게 하는 것과 하지 않을 목록이 더 많아 질 거다. 어떤 목록들은 반복하다 보니 체화가 될지 모른다. 


 앞에 바라는 3가지가 이뤄지려면 행동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자기 계발서, 성공한 사람들의 유튜브를 봐도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한 거나 다름없다. 나는 생각이 많다. 그 생각들 대부분이 건설적이기보다 불안과 부정으로 가득 차 있어 문제다.

 100이라는 에너지에 나쁜 상상에 50, 마음 추스르는데 30, 건설적인 계획 10, 시작 10으로 행동하려니 될 리가 있나. 올해부터는 나쁜 상상 10, 마음 추스리기 10, 건설적인 계획 20, 시작 60 에너지로 시작하고 싶다.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마음속에 새긴 것들을 까맣게 잊는다. 가만히 누워 해로운 생각을 한다. 해로운 생각의 래퍼 토리는 지겹도록 똑같지만 멈춰지지 않는다. 그럴 때 떠오르는 형상이 있다. 햄버거 게임에서 맨 밑에 빵이 되어 나쁜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상상을. 


 오른쪽 팔에 지혜와 행동력, 왼쪽 팔에 인내와 용기를 새기고 싶다. 내 수호신이 되어줄 것 같고, 날마다 보면서 이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0.1이라도 노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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