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희망과 세트 메뉴
시험관 1차 실패의 슬픔은 아이러니하게도 시험관 2차 시작이 덮어줬다.
다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위안이 됐다.
나흘동안 과배란 주사 4일을 맞은 후 오늘 초음파를 보러 병원에 갔다.
워낙 약에 반응하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난포들이 평소보다 많이 자란 것 같다.
오늘부터 난포 성숙을 위한 주사와 배란 억제 주사가 추가됐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초음파를 보고 난포가 더 자랐으면 모두 동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선 이식을 다시 한번 더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보통 동결 한 사람들이 시험관에 성공했다는 글을 많이 접해서 그것에 대해 원장님께 물어보니 신선 이식이라고 해서 꼭 동결보다 확률이 떨어진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번에 채취되는 개수를 봐서 신선 이식을 하고 나머지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신선 이식은 바로 이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패한 1차 때와 동일한 방법이라 확률에 대한 우려가 있고, 모두 동결하는 건 바로 이식할 수 없고 한 달 정도 쉬어야 한다는 게 내가 느끼는 단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신선 이식을 하고 동결할 수 있는 게 남아 나머지를 동결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베스트 결과이다.
어떤 것이든 내가 결정할 수 없고 채취 결과와 의사 선생님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오늘 주사제와 용량을 변경했음에도 "별로 변화가 없네요."라던지 "난포가 자란 게 한 두 개 밖에 안 보여요."라는 등의 말을 듣지 않은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시험관은 1차에 성공하는 게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좋은 것이고 행운이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1차가 있는 지금, 마음이 더 희망적이고 안정적이다.
실패 퀘스트 하나 지나면서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고 혼자서 생각 중이다.
내 앞에 몇 개의 퀘스트가 있을 진 모르지만 실패하면 다시 시작이 있다.
시작은 언제나 희망과 함께 오는 세트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