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여행이라는 것은
사실 산문 형식의 책들이 그러하듯, 다른 책들에 비해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위하여 선택한 책이었다. 책 중에도 나와있는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우 재밌게 본 애청자였으며, 그에 따라 김영하 작가님의 책들을 읽어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비록 아직 감상문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 첫 대상이었으며, 그에 이어 두 번째로 읽어보는 김영하 작가님의 책이 이 "여행의 이유" 되시겠다.
앞서 말했든 해당 책은 산문의 형식을 띠기에, 개인적으로는 감상문을 쓰기가 매우 곤란하다고 느끼고 있다. 소설의 형식을 띠는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들이 만든 세계관에 빠지고, 구성해 놓은 캐릭터들과 인사한다. 그에 비해 산문 형식의 책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세계라기보다는 잠시 그 사람의 삶의 일부분에 방문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모든 곳에 온전히 빠진다기보다는, 공간의 주인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만큼의 공간만을 보고 다시 돌아가는, 소설과 산문은 참으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책이다. 소설이 모험이라면 산문은 짧은 감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참 뜬금없게도 나는 글을 읽는 동안 "연금술사"와 "어린 왕자"를 떠올렸다. 책의 마지막 차례인 '여행으로 돌아가다' 부분의 초반을 보면 케냐 족장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청년은 권유로 인하여 유학을 하고 고향에 돌아오지만, 유목민이었던 부족, 즉 가족들을 찾지 못한다. 어찌어찌 수소문 끝에 자기 가족들을 찾았지만, 족장이었던 아버지는 소들을 보고 흔적을 읽어내는 방법을 잃어버린 아들을 보고는 탄식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연금술사"를 떠올렸다. 연금술사도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자신의 양들과의 작별을 하며 양치기로써의 삶을 뒤로한 채 여행을 떠나는 게 이야기의 시작이다. 비록 산티아고는 오랜 모험으로 인하여 양치기로써의 기술을 잃어버렸을지 몰라도, 결론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찾게 되었다. 그럼 과연 양치기로써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산티아고를 불행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설령 그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도 그를 동정하거나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어린 왕자도 장미를 떠나 새로운 별들을 찾아가지만 결국 눈에 보이거나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어린 왕자의 모험이 쓸모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어린 왕자는 그의 모험을 통하여 자신이 장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대해 알았다. 진정으로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게 된 것이다.
즉, 꼭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예상치도 모른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낼지.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그런 거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물론 책 속에 나오듯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나처럼 글로, 영상으로, 혹은 소리로도 경험해 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것이다.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온도, 소리, 공간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 직접 겪어봄으로써,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움을 찾아낸다.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공간을 조금씩 넓혀간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째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우리는 여행에서 다양한 여행자들을 만나고 때로는 서로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여행의 이유가 아닐까.
여행은 단순히 해외로 떠나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내 생각을 바꿔준 책이다. 여행은 정확하게는 일상에서의 익숙함에서 도망쳐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에 있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떠나게 되는 목적과 동기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여행을 통하여 자유를 느끼고 미지의 상황에서의 설렘을 느낀다. 집 나오면 개고생에, 여행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을 떠나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신난다. 어쩌면 책처럼 우리는 이미 지구에 잠시 머무는 여행자이기에 여행을 이토록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것은 단순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여행을 가면 단순히 즐겁고 행복하니까.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것조차 나를 찾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내 짧았던 인생들에 함께 했던 여행들을 생각했었다. 잠시 만났던 인연들, 짧았던 인연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인연들, 스쳐갔던 수많은 사람들.
모두 지구에서의 여정이 새로움과 반짝임으로 넘쳐났으면 좋겠다.
즐기지 않고 살아가기에 우리의 여정은 너무 짧으므로.
"지구에서의 남은 여정이 모두 의미 있고 복 되기를 기원해 본다."
여행의 이유, 작가의 말, P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