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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Oct 11. 2022

[극장에서]다큐멘터리 성덕

22.09.30 @메가박스 코엑스


지난 9월 마지막 날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을 보고 왔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시즌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작품이다. 소문으로만 듣고 나도 올해 내내 언제 개봉하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개봉 소식이 들려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성덕은 가수 정준영의 팬이었던 감독이 사랑했던 스타가 성범죄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다큐다. 분노와 상심에 잠겨있던 감독은 의외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에 놀란다. 그리고
 그들과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성덕은 덕심에 대한 탐구기이자 팬과 스타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다. 특히 '무조건적'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 팬심의 저변엔 어떤 마음이 있는가를 골똘히 고민한다.


이 영화를 기다렸던 이유는 역시나 나에게도 음주운전과 성추문에 얼룩진 구 오빠'들'이 있었기 때문.(심지어 복수형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같은 오빠들을 함께 좋아했던 내 또래들 친구들도 모두 함께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소위 덕질을 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비슷한 체험을 공유한 셈 아닐까 싶다. 굳이 범죄가 아니라도 실망스러운 논란 역시 많고 말이다.

특히나 성범죄나 성추문은, 그것이 파워에 기인한 범죄라는 지점에서 여성 팬들에게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긴다. 내가 준 사랑이 스타에게 저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한 게 아닌가하는 죄책감이 슬픔과 실망감, 분노 사이로 틈입해 오기 때문이다. 온마음으로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나까지 부정하고 싶게 만드는 이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걸까.

내용만 생각하면 울적하고 심각한데 사실 이 영화는 엄청나게 코믹하다. 이 부분은 감독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되어서 인 듯. 나는 특히 초반부 친구 집에 인터뷰 갔을 때, 술 한잔 하려고 만들던 요거트 막걸리가 믹서기에서 폭발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너무나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덕질을 하셨거나 진행중인 모두에게 추천한다.


덧. 감독님 인터뷰 몇 개를 찾아 봤더니 감독님 팬이 될 것 같다. 참고로 감독님 팬클럽이 생겼는데 이름이 '오덕'이라고ㅎㅎ


덧. 이 글을 올리기 직전, 오늘의 연예뉴스가 구오빠의 새로운 음주운전 소식으로 시끄러운 것을 발견했다. 그저 웃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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