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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Theatre
by 프롬 Aug 28. 2017

온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갓떼밋!

킬러의 보디가드 The Hitman's Bodyguard(2017)


'스파이'와 '킹스맨'을 버무려낸 버디무비


너무 옛날 영화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미드나잇 런>이라고,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한 버디 무비가 있었다. 현상금추적자인 과 보석금을 떼먹고 달아나려는 의 기막힌 동행 이야기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여정 가운데 자연스레 우정이 싹튼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딱 이런 버디무비 형식을 요즘 유행하는 B급 코드와 버무려 낸 코믹액션극이다. <스파이>의 제이슨 스타뎀 캐릭터에 웃음을 터뜨리고, <킹스맨>의 적정선 따윈 무시한 시원시원한 전개에 쾌감을 느꼈던 관객들이라면 이 황당한 버디 무비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킬러의 보디가드


버디 무비의 핵심은 당연히 그 ‘버디’가 누구이냐 일 테다. 우선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 마이클은 적들의 위협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는 보디가드로서 업계 최고(트리플A)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2년 전 단 한 방의 총탄으로 어렵게 쌓아올린 그의 명성은 무너져내리고 지금은 변변찮은 고객들 일이나 봐주는 신세다.


악명높은 범죄자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게 다 그놈의 사랑 때문이다. 소니아(셀마 헤이엑)가 네덜란드 감옥에 잡혀있는 한 인터폴에 협조할 수 밖에 없다. 인터폴은 킨케이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소니아의 석방을 걸고 그에게 딜을 건다. 소니아가 걸린 일이라면 킨케이드는 무조건 오케이, 이제 문제는 킨케이드를 어떻게 안전하게 재판소가 있는 헤이그까지 데리고 갈 것이냐다. 낌새를 보아하니 인터폴 내부에 첩자가 있는 듯 하고, 그렇다면 외부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마이클이 이 복잡한 상황 속으로 끌려들어오게 된다. 전 연인 아멜리아가 부탁하는데 아직 그녀에게 미련이 남은 마이클로서는 거절할 도리가 없다. 이 버디의 위험한 동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진정성을 꾹꾹 눌러담아, 갓떼밋!


양쪽 다 업계 최고 실력인 건 마찬가지지만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마이클과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킨케이드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당연히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다. 일단 행동파 킨케이드가 제대로 막 나가준다. 마이클이 상황을 관망하며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려는 그 짧은 찰나에 킨케이드는 이미 행동에 나서 있다. 피를 흘리든 총알을 맞든 상관없다. 가만히 있을 시간에 한 발이라도 빨리 움직이는것이 그가 지금껏 바퀴벌레마냥 살아남아 온 비법이다. 마이클은 그런 킨케이드에게 항상 뒷통수를 맞는 역할이다. 인간인지 짐승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킨케이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에 마이클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황당과 짜증 사이를 넘나든다. 킨케이드가 신나게 ‘Motherfxxker'를 외치며 사고치고 다니면 마이클이 ‘God, damn it!’이라며 뒤따르는 형국이다. (이 두 대사가 극 중 각 캐릭터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것이다.)


두 배우는 찰떡 캐스팅이다. 야성적 로맨티스트 킨케이드 역을 맡은 사무엘 L. 잭슨은 그야말로 자유롭게 스크린을 쥐락펴락 한다. 킨케이드는 그가 <킹스맨>에서 맡았던 발렌타인 캐릭터의 하류 버전같기도 하다. 이 캐릭터에는 '고구마' 따윈 없다. 오로지 '사이다'로만 이뤄진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나까지 속이 시원해 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그런 킨케이드에 반응하는 마이클의 모습에서 나온다. 황당, 허무, 분노를 거쳐 결국은 될대로 돼라, 만사 포기한 표정을 짓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리액션이다. 내내 외쳐대는 '갓떼밋!'이 이렇게나 진정성있게 다가올 수가 없다. 레이놀즈는 버디의 한 축으로서 훌륭한 리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자꾸 때리면 피한다


생동감있는 캐릭터와는 별개로 영화는 종종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해진다. 인터폴 최정예 요원들도 감당치 못했던 적들이 왜 이 버디 앞에선 이렇게 허술해지는지, 사실 진짜 허술했던 건 인터폴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그러나 그쯤은 이 대중영화를 즐기기 위해 모른 척 넘어가 줄 수 있다.


문제는 일말의 감상적 순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계속해서 때려대는 뒷통수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중반부까지 무척 재미있다가 이후로 접어들수록 웃음이 덜해지는데 같은 패턴의 코미디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조금 진지해지거나 감상적여질만 하면 분위기를 꺾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실제로 이 방식은 잘 먹히고 분명 재밌다. 그러나 일단 이 패턴에 익숙해지고 나면 더이상 뒷통수치는 손에 가만히 맞고 있을 수가 없어진다. 여기서 또 뒷통수를 때리겠군, 예상이 되면 자연히 고개를 슬쩍 틀게 된다. 뒷머리가 얼얼하지 않은 대신 웃음의 강도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단점은 이처럼 조금 과하다는 것이다. 적당히 써먹으면 좋았을 패턴을 주구장창 반복해 진을 빼듯 음악 역시 적정량 이상을 사용하여 귀를 피로하게 만든다. 올드팝을 삽입하여 장면에 임팩트를 주려는 시도는 좋으나 역시 지나치게 과다한 음악의 사용으로 진짜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할 중요한 한 순간을 잃고 만다. 개인적으론 영화의 규모도 살짝 줄이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지며 외려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 눈에 띠게 노출되었다는 느낌이다.(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악역을 거창하게 설정해두어 외려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실패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킬러의 보드가드>가 이 여름을 마무리하기에 걸맞은 시원한 코믹액션극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요즘 관객의 개그 코드와 잘 맞는 영화다. 나 역시 오랜만에 극장에서 몇 번이나 소리내어 웃으며 보았다. 이 버디는 궁합이 좋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을 통해 제대로 몸이 풀린 것 같다. 사무엘 L. 잭슨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씬스틸러 셀마 헤이엑의 활약도 대단하다. 그녀가 매력적인 어투로 내뱉는 '나의 바퀴벌레'가 얼마나 섹시한지,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극장에서 꼭 한 번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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