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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Jun 12. 2018

에이미 슈머는 믿으세요

아이 필 프리티 I Feel PRETTY(2018)

주드 아패토우 감독의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Trainwreck>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 영화를 통해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를 찾아보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페미니스트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에이미 슈머는 현란한 말솜씨만큼 연기도 차진 배우다. 스크린에서 그녀를 만나는 경험은 어떤 여성들에겐 무척 의미있고 또 중요한 일이다. 물론 그녀가 어머어마하게 웃긴 사람이란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브리짓 존스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지만 좀더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이야기다. 브리짓 시리즈가 결국 평범한 여성 브리짓이 꿈에 그리던 왕자님(미스터 다아시 콜린 퍼스는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에서나 그려볼법한 뭇여성들의 이상형 아닌가)을 만나게 되는 러브 스토리라면, <아이 필 프리티>에서는 사랑이 훨씬 덜 중요하다. 동네 세탁소에서 만난 에단도 (미스터 다아시까진 아니라도) 나름대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그에 있지 않다.



사실 뻔하긴 하다. 2분짜리 트레일러만 봐도 대충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갈지 예상이 되고, 실제로 영화도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고 우리 모두는 예뻐요'라 연설하는 클라이막스에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는 크나큰 단점도 있다.(영화 진행상 한번은 이런 순간이 있을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뜬금없고 맥락없었다. 상대적으로 에이버리 캐릭터가 너무 죽어버리기도 했고. 약점은 있지만 에이버리도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인데 르네 캐릭터의 부각 속에 소모되어 버리고 만다. 둘의 시너지를 기대했는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잡아먹혀버린 형국이라 아쉽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대단히 시의적절하며 많은 여성들이 보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타입캐스팅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작품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탈코르셋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관심있게 볼 만하다. 미에 대한 여성의 관심과 노력이 자존감을 위한 것이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욕구를 모두 인정하는 방향을 취한다. 훌륭하게 화장품을 프로모션해내는 것을 결말로 삼고 있기도 하고. (사실 전반적으로 조금 안이한 태도로 느껴지는 면도 없진 않다.)



기본적으로 평범한 영화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현실을 자각한 르네가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의 '순서'였다. 변함없는 남자친구의 사랑을 통해 열등감을 극복하고 프로모션 무대를 성공으로 이끄느냐와 프로모션 무대에서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남자친구를 다시 찾아가느냐는 미묘하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는데, 영화는 후자를 택했고 이것은 영화가 스스로의 지향점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타겟 관객에 대한 존중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아이 필 프리티>의 가장 큰 장점은 에이미 슈머라는 배우 자체다. 영화는 많은 모자란 점들을 이 배우의 에너지로 채워내고 있다. 호들갑스러운데다 중반부엔 꽤나 밉상짓을 해대는데도 에이미 슈머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특별한 배우의 코미디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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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가 좋다. 마룬 파이브, 메간 트레이너 등 참여한 아티스트도 핫하다.


https://youtu.be/xjOb72Qee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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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좋았다면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도 추천한다. 에이미 슈머도 좋지만 무엇보다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믿기 힘들도록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가 압권이다. 15년에 내가 본 최고의 코미디 연기였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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