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모스크 기도 소리, 고요한 울림과 눈물

새벽 공기와 첫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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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의 새벽은 낮의 뜨거움이 무색할 정도로 차갑고 고요했다. 창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잠든 도시의 윤곽이 어슴푸레 드러났다.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져가고 있었고, 간간이 자동차가 도로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 순간, 어딘가 멀리서 은은하게 다가오는 소리가 있었다. 처음엔 바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바람보다 더 부드럽고, 더 깊었다. 모스크의 아잔(Adhan), 새벽 첫 기도의 부름이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는 위대하다, 알라는 위대하다.”


낯선 언어였지만 그 울림은 이상하게 마음 깊숙이 다가왔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도시 위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그 소리는 마치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우는 주문 같았다. 벽 너머로 퍼져오는 그 소리는 벽돌과 유리창과 금속과 바람을 타고 내 귀에 닿았고, 그 순간 나는 숨을 멈춘 듯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루 다섯 번, 이슬람 신자들은 이 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올린다. 어떤 이는 모스크로 향하고, 어떤 이는 작은 돗자리를 펴고 메카를 향해 절을 올린다. 그들의 기도는 다르지만 마음속 간절함은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이 도시의 새벽 공기에도 스며든 듯, 공기가 묘하게 차분하고 경건하게 느껴졌다.



구슬픈 소리, 멈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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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소리는 구슬프면서도 장엄하게 들렸다. 멀리서부터 울려와 공기 중에 부유하다가 내 귓가에 닿을 때면, 그 소리는 슬픔과 평온함을 동시에 안고 오는 듯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마음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그 울림 속에서, 나는 잠시 과거의 기억에 젖어들었다. 한국에서의 새벽, 종교와 관계없이 나를 일깨웠던 소리들—교회의 종소리,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소리, 이른 출근길의 버스 소리—그 모든 소리들이 이곳의 아잔 소리와 겹쳐지며 나를 향해 되돌아왔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시골에서는 이맘이 직접 목소리로 아잔을 부른다고. 하지만 도시에서는 이제 녹음된 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비록 기계음일지라도, 그 울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일상에 잠시 멈춤을 선물한다. 아잔 소리가 도시의 건물들 사이를 헤매다 우리 창가까지 도달하는 그 경로를 상상해 보았다. 수많은 벽과 창문과 골목을 통과하며 조금씩 소리가 닳고,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나의 귀에 닿을 때는 그 부드러움마저 하나의 위로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소리 속에서 문득 멈췄다. 창문을 닫지 못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음속에 고여 있던 생각들이 아잔의 울림을 따라 차츰 피어났다. 그들이 믿는 신, 그들의 간절함, 그리고 나 자신. 나는 마지막으로 언제 간절히 기도했을까. 무엇을 위해 마음을 모아본 적이 있었던가.



눈물과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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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아마도 그들의 신앙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그 소리에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모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들의 일상. 나는 그런 신념을 언제 잃어버렸을까. 언제부터 신을 향한 마음이 이토록 희미해졌을까. 그들의 기도 속 간절함이 부럽고, 동시에 부끄러웠다.


창밖을 내다보니, 새벽길을 급히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들은 두건을 두르고, 여자들은 검은 아바야를 두른 채 모스크로 향했다. 그들의 걸음은 빠르면서도 단정했다.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흔들고, 가로등 불빛 아래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 모습이 어쩐지 숭고해 보였다. 기도하러 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하나의 예식 같았다. 어떤 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떤 이는 혼자 조용히 그 길을 걸었다. 그들의 뒷모습이 작아졌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다시 고요였다.


내 마음속에선 그들의 발걸음과 아잔의 여운이 뒤엉켜 있었다. 나는 문득 지난 몇 년간 스스로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바빠서, 너무 피곤해서,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돌아볼 용기가 없어서. 그 낯선 기도 소리가 내 마음의 닫힌 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것 같았다.



고요 속에 남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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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소리는 새벽의 침묵을 깨웠고, 동시에 나의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그러나 내게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소리였다. 그들은 신을 바라보며 기도했지만, 나는 그 순간 나 자신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무사히.’ 그저 그 한마디였지만 마음 한켠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잔 소리가 끝나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엔 아잔의 울림이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속삭였다. ‘괜찮아.’ 두려움과 불안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그 새벽의 소리. 그것은 신의 소리였고, 동시에 내 안의 작은 속삭임이기도 했다.


방 안으로 돌아와 조용히 불을 켜고, 잠들어 있던 책상 위에 있던 메모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써야 할 것 같았다. 무언가를 남겨야 할 것 같았다. 그 짧은 울림이 나를 움직였다. 나는 연필을 들어 작은 글씨로 적었다. “오늘도, 무사히.” 그 글자들은 단순했지만, 나를 지탱해줄 작은 주문 같았다.



낯섦 속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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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의 새벽, 모스크의 기도 소리. 처음에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낯선 울림 속에서 위로를 얻는다. 종교의 경계를 넘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소리.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다시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의 창가에 서서 아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문득 한국에서의 새벽들을 떠올렸다. 교회의 종소리, 새벽을 깨우는 닭 울음소리, 바삐 움직이던 도시의 자동차 소리.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시간과 나를 이뤄온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이 낯선 땅에서의 새벽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를 작게 만들고, 그 작아진 마음 틈새로 새로운 울림을 스며들게 하는 시간. 아잔 소리 속에서 나는 작아졌지만 동시에 넓어졌다.


혹시 당신도, 마음속 기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새벽의 고요 속에서 잠시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낯선 울림 속에서 당신만의 작은 기도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여행 중, 어떤 순간에 마음 깊은 울림을 느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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