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바람 속 작은 카페 - 따뜻한 시선과 낯선 온기

낮게 깔린 회색빛 하늘 아래, 거칠게 몰아치는 모래바람을 피해 나는 익숙한 골목 안으로 몸을 숨겼다. 아부다비 도심의 외곽, 아직 개발이 덜 된 거리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고, 눈을 찡그리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만큼 바람이 거셌다. 그런 오후에 내가 향한 곳은 늘 그렇듯, 내가 자주 가는 작은 카페였다. 외벽엔 모래가 앉아 있었고, 간판마저 바랜 듯했지만, 그곳은 내게 조용한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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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페의 이름은 '알 카이마(?) 카페'. 한국에 비유하자면 오래된 골목 안 단골 다방 같은 곳이었다. 화려하지 않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커피는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맛이었다. 특히 카페 라떼가 부드럽고 고소해서 처음 맛본 날부터 나는 이곳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바람을 피한 조용한 피난처


카페 문을 열자, 모래먼지를 피해 안으로 피신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턱을 넘어선 순간부터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익숙한 커피 향과 주황빛 조명이 어지럽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 같았다.


창가에는 몇몇 외국인이 노트북을 켜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한쪽 구석엔 히잡을 쓴 여성이 아니라 칸두라 입은 남성들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여성들보단 남성들을 카페에 많이 본다. 중동은 여성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부다비에서도 드물게 다양한 사람들이 조용히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항상 앉던 안쪽 자리로 걸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바로 그때, 카운터 너머에서 직원이 나를 보고 반갑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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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라떼 드릴까요?”


낯익은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에는 내가 이곳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기분 좋은 신호가 담겨 있었다.


“네, 따뜻한 걸로 부탁해요.”


잠시 후 내 앞에 놓인 도자기 머그엔 연갈색 크레마가 얹힌 라떼가 담겨 있었다. 컵을 두 손으로 감싸쥐니 손끝에서 가슴까지 따스함이 번졌다. 바깥의 모래바람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이 공간만큼은 포근했다.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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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열었지만, 생각은 자꾸만 다른 곳을 헤맸다. 이 도시의 첫날이 떠올랐다. 불안함, 낯섦, 그리고 외로움. 시간이 조금씩 흘러도 낯선 것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카페만큼은 예외였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말도 통하지 않고 메뉴도 낯설어 한참을 망설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바리스타는 나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와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처음으로 받은 그 미소는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오늘 그 바리스타의 질문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내 시간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작은 감동이었다. 나는 이국의 도시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머물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자주 오는 사람'이자, '라떼를 좋아하는 손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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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여전히 먼지가 날리고,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고, 무심한 태양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카페 안에서는 다정한 온기가 흘렀다. 잔잔한 음악, 가끔 울리는 커피 머신 소리,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아주 잠깐이지만, 이곳은 나에게서 모든 외로움을 빼앗아갔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고요한 위로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이해받는 듯한 감정.


마음에 남은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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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마치고 나가려 할 때, 바리스타가 다시 말을 건넸다.


“다음에는 새로운 디저트도 드셔보세요. 라떼랑 잘 어울릴 거예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한마디가 긴 하루를 견디게 했다. 밖으로 나서자 다시 먼지가 얼굴을 때렸지만, 오늘의 나는 아까보다 훨씬 단단했다. 커피 한 잔과 작은 시선 하나가 내 안에 남겨놓은 온기가 그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혹시 당신도, 익숙한 거리에서 작지만 다정한 공간을 찾고 있진 않나요? 아무도 알아보지 않아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그런 장소 말이에요.


여러분은 여행 중, 어떤 작은 공간에서 위로받은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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