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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Sep 10. 2017

봄 제주도, 필름사진으로 담다

봄이라니 좋잖아요,
제주도라 더 좋잖아요!

봄은 좋은데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
게으른 건가... 나이가 든 건가.. 이 핑계 저 핑계
그러다가 벌써 4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미치도록 시간이 빠르다.

뉴스에는 여의도, 진해, 경주 등등 벚꽃이 만발했다며 알려주는데

쓰윽. 제주도에서 찍은 필름 사진을 현상해 보았다. 사계절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봄은 특히나 더 예쁜 제주도

4월 제주도를 만났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못 찍어 아쉬웠지만 언제 가도 제주도는 좋다.

밀린 필름을 현상하러 갔다. 
늦게 받은 사진에는  아직 제주도의 봄이 남아 있어서 좋다.


01. 제주도 봄은 초록

제주도에 도착해 렌터카를 수령하고 
곧장 동쪽으로 달려본다. 비자림으로 가는 비자림로를 달리니
제주도의 초록색이 반겨준다. 날씨마저 따뜻하다.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릴 필요가 없다. 창밖을 보니 제주도의 봄이 벌써 가까이 와있다.

제주도 녹산로

한적했던 녹산로는 유채꽃이 피면 관광객들로 붐빈다.
도로에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
바람에 날리는 유채꽃을 보니 봄이 성큼 왔나 보다.

제주도 비자림로를 달리니
유채와 무슨 꽃들이 조화를 이룬 곳

때론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지만 
이미 많이 알려진 곳 
비자림로를 달리다 보면 비밀스러운 숲이 열리는 공간 같다.

제주 절물자연휴양림 
비가 내린 후라 뭔가 더 묘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02. 걷기 좋아요. 제주도 골목길

제주도 종달리

가만 보자 동전이 어디 있더라?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를 만지작, 만지작

신나게 달리다가 렌터카에 내려 골목길을 걸어본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나를 돌아보는 여행, 뭐 나와 대화를 위한 여행을 하러 간다고 하지만
여행을 오면 이것 또한 일상이다.
남들이 다가는 곳을 얼굴만 바꿔 사진을 찍고, 맛집이라는 곳에서 줄을 서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가면 꼭 가봐야 할 곳 top5라는 정보를 보고 기억했다가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깊게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것의 깊이를 생각하긴 어렵지만
각박한 도시의 현기증을 잠시 잊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 아닐까
다시 고산리를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는 없어졌다.
그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아직도 내가 왜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03. 바다에서 멍때려보아요

제주도 세화리

카페에 앉아 잠시 쉬어가면서 카페에 있는 잡지를 꺼내어본다.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어 메모장에 적어둔다.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좋았던 문구가 있어서 하나 공유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김혜순

첫 번째 여행을 생각하며 무엇을 말할까
그날의 서툴고 무모했던 경험과 나철고 아련한 풍경들,
함께 했던 이야기. 누구나 가슴속에 자신의 '첫'을 담은 사진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어브로드 잡지에 나온 첫 문단의 기사.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적어 놓았다.

제주도 세화해변
제주도 세화해변

여행이 끝날 무렵, 집으로 돌아갈 때 
날씨가 좋은 건
무슨 법칙일까?

넘을까
말까
고민하는 너의 눈 빛
난 네가 담벼락에 그만큼 올라간 것도 용하다.
덕분에 골목길을 걷다 주저앉았네…

제주도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 때 스태프분이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의 대화가 흥미로웠던 것은

“제주도에 몇 박 며칠 있어요?”,”어디 다녀오셨어요?”,”어디서 오셨어요?”,”누구랑 오셨어요?” 가 아녔다. 
“왜 제주도에 오셨어요?”,”요즘 즐거운 일은 뭐예요?" 숱한 여행을 다녔지만 이런 질문에 컥! 숨이 막혔다.

“왜 왔지?”
사실 왜라는 이유를 찾기엔 그냥 이유가 없는 것이 이유라

“이유가 없어요”
“어쩜 모든 일은 이유는 없는데 연관은 있을 거예요”

나에게 제주도를 왜 왔는지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잘난 척 같은 대화로 들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왜 여행을 왔냐?”라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내가 나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

벚꽃이 피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위미리 

벚꽃이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한 위미리


봄 제주도 안녕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가끔 창가 좌석에 앉으면 만나는 비행기 그림자까지
늦기 전에
제주도의 봄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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