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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Jan 19. 2018

두 번째 주제. 프로페셔널

두 번째 주제. 프로페셔널

직장인으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이게 정말 평생 가지고 갈 밥벌이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20대 때 사진이 그러했다. 사진으로 프로페셔널하고 싶었지만 취미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하게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과정과 노력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다시 그런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신입사원 때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오니 선배가 말했다.

"넌 프로페셔널하지 못해"

대체 프로페셔널하다는 게 뭐가 궁금하기도 했고, 난 무엇에 프로페셔널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한때 유행했던 면접 멘트가 있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같은 신입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똥 싸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제너럴리스트는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사람인데 다방면으로 알기에도 힘들고, 이것저것 벌리기만 하고 하나 깊이, 깊게 하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돼버렸다. 


3년 차까지 제너럴리스트를 꿈꿨다면 이후 한 분야에 스페셜리스트 즉,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늘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은 변화가 매우 많은 업이다. 시대의 흐름, 세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시간이 변해도 질적인 가치는 같다. '진실'나아가 전달하고 싶은 '진심'일 것이다.


밥벌이에 그치기엔 급급한 스페셜리스트보다.

하고자 하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


글. 엄지사진관

 


영화 <1987>가 인기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누적관객수가 6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아직 보지 못했다. 내가 영화관에 나가면 아마 1000만 관객 돌파 팡파르 울려 퍼질 것이다. 

젊은 시절 개봉 영화는 빠뜨린 것이 없는 ‘Early adopter’였는데 지금은 ‘Late majority’가 됐다. 


영화 <1987>을 관통하는 의식은 ‘제자리를 지킨 보통사람’이다. 영화에는 직함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최 검사’, ‘윤 기자’, ‘황 박사’.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데 애썼던 사람들. 특히나 각자의 자리에서 직업적 사명을 지키는 것으로 역사의 주춧돌을 쌓았던 사람들. 


직업 윤리와 인간의 양심. 다시 말해 양심을 지키면서 일한다는 것, 그것들이 모여 이뤄낸 변화가 드라마틱한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가 항상 직업 윤리에 따라 판단하며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양심과 직업 윤리를 내 일신의 편안함과 욕심에게 양보하고 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간이어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몰리면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사람이라고 믿는다. 


프로페셔널 Professional. 사전적으로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보통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돈벌이, 즉 생업으로 가른다. 


생업은 곧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페셔널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것이 은연 중에 깔린다.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라는 말, 또는 그런 뉘앙스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 ‘전문’이란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직업 윤리는 필수이다. 그것은 ‘잘 하는 것’에 더해 ‘정직하게 진짜 잘 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직업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간다. 


내 업인 PR도 그렇다. 신뢰가 핵심이고, 정직은 직업인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내가 PR이 좋은 이유는 내 가치관과 일치하는 직업 윤리 때문이다. 


윤리 교과서 같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밥벌이는 지겹다. 십수년 전에 나온 김훈 선생의 수필집,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직도 잘 팔리는 건 분명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저 제목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으로 일을 시작하면 자의든 타의든 퇴직할 때까지 지긋지긋한 밥벌이를 쉴 틈 없이 해야 한다. 대학생 때는 몰랐다. 그때는 모든 것에 데드라인이 있었다.


지금은 타임아웃 없는 경기를 뛰고 있다. 느낌 상으로 12회말 투아웃 정도의 피로감.


지긋지긋함이 일상이 될 때, 지겨움이 원래 내 몸에 새겨져 있던 것처럼 느껴질 때면,

지금 딛고 서 있는 직장이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스스로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회사가 압박을 주기도 하고.


그래서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라고 여러 선배들이 조언을 한다.


아무튼 오늘도 소명 의식과 밥벌이의 지겨움 사이에서,

직업 윤리와 귀찮음, 게으름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글.엘리엇


- 별별차이나는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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