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밸런타인데이 특집
여섯 번째 주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런 사랑을 하겠다
이번 주 금요일은 설 연휴 기간이라 출근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만날 일이 없습니다. 글을 3일 일찍 앞 당겼습니다.
그리고 보니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우리 이번에 연애에 대해서 써볼까?"
밸런타인데이 특집으로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라고 선배가 말했을 때 사실 머뭇거렸다. 내게 연애란 언제나 그렇듯 참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너무 지극히 사적인 것을 적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10년 전 연애와
10년 뒤 연애가 같을 수 있을까?
아, 10년 뒤 연애는 하지 못할 것 같다. 혹시 모르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지만 사람 사이에 있어 조금은 특별한 사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연애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 보면 애정결핍이 심했던 나는 늘 연애 앞에 집착이 문제였고, 집착에서 비롯되어 상대를 믿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패턴은 누구와 연애를 하든 똑.같.았.다.
싸이월드 대문 상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뒤적거리기, 카카오톡 알림 말 확인하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어졌을 때 지질한 행동도 똑같다.
고쳐야지! 이런 건 아니다! 나 왜 이러지! 싶을 때쯤 반복되는 감정싸움은 우리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좀 이기적이었지만 "난 밖에서 열심히 놀아도 넌 안 그랬으면 좋겠어", "전화는 3번 부재중은 안 남기게 하였으면 좋겠어" 등등 특히 나는 전화를 안 받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 상대는 샤워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 있지만 전화를 안 받는 것으로 많이 싸웠던 것 같다.
요즘은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 싶기도 하고, 연애의 연장선인 결혼 자체가 무섭기도 하다. 어차피 상처를 주고받고, 잘해줘도 결국 남이 될 텐데 하는 마음의 불안이 있기 마련이다. 상처받기 싫어서 감히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일지 모른다. 사실 혼자가 너무 편하고, 익숙해졌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첫 째도 둘째도 상대방을 믿는 연애를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연애를 하지만 나 스스로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연애 말이다. 믿는다는 게 남녀 사이에 어떤 범위 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로 만나고 있으면 바람은 피우지 않는, 내 남자 친구는 그러지 않을 거야 등등 복잡한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자존감이 낮았던 것 같다. 나의 시간을 내어서 만나야 했고, 기다려야 했고, 하루라도 떨어져 있으면 안 되었던 철없고 서툴렀기에 상대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10년 전에는 참 좋아했던 사람을 만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 덕분에 난 사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취미로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10년 전 우리를 만난다면
널 만나고 있던 나에게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날 만나고 있던 너에게는 서툴러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애는 어렵다.
글. 엄지사진관
前記.
10년 전, 2008년 2월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정표가 있어야 하는데……. 옳거니 싸이월드가 있다.
마침 2008년 2월 9일 자 게시물이 보인다. 제목도‘사랑고백 4’이다.
이걸 이정표 삼아야겠다.
10년 전 나는 글머리에 이렇게 적고 있다.
“독백처럼 써온 이 글의 주요한 목적이
어느 시점의 나 자신을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시간의 흐름으로 사실 관계를 헷갈리기 전에,
또 피치 못할 환경적 영향으로 왜곡하기 전에
정리해둘 필요가 있을 듯싶다.”
‘까먹기 전에, 새 여자 친구 생기기 전에 지금 감정을 기록으로 남긴다’고 쓰면 될 것을 불필요하게 늘려놨다. 감정 과잉의 시기니까.
이제 10년 전 나와 만난다.
“2007년 한 해 동안 세 명의 여자를 좋아했다.
그중 두 명에게는 좋아한다는 고백을 했고,
한 명에게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못했다.”
10년 전이 아니라 11년 전으로 돌아가야 했구나!
돌이켜보면 그 두 명에게도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서 신촌서 집까지 걸어오는 밤길이 즐거웠고,
고백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다가 지쳤고,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해, 그리고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그 마음을 머금었다.”
두 명도 고백하지 말았어야 했다니까!
“앞으로도 오래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겼고,
당신의 마음속에 나는 없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고,
아무런 말도 글도 남기지 못한 채 스스로의 감정에 물음표를 던져보기도 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며 올해에는,
그저 과거나 들추며 위안을 삼을까 싶다.
사랑도 숫자도 매겨보니 정열과 비례치 않기 때문에”
‘禁연애’ 선언이다.
회사 빌딩 비상구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며 31살의 내가 말한다.
“올해는 일만 하려고요. 연예는 무슨…….’
이런 상황에 배경 음악이 깔려야 한다면 영화 <Once>의 OST ‘If you want me’가 어울린다.
"Are you really here or am I dreaming
Ican’t tell dream from truth
Forit’s been so long since I have seen you"
41살의 내가 31살의 나에게 이야기한다.
“일만 한다고? 허허!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을 거야!
그냥 네 자신을 가꾸고 네 마음 가는 대로 하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겐 과거지만 녀석에겐 미래이니.
영화 속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을 만났을 때 왜 다 이야기하지 않는지 이해가 간다.
아무튼 서스펜스가 있다. 우리는다 알지만, 31살의 나만 모르는 사실들로 인해서 말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있던 그 해 나는 일로 정말 힘들었고,
5월에 그녀를 만났고, 12월에 결혼을 했다.
☞https://brunch.co.kr/@fromairplane/147
그러고 보니 시간 여행의 목적지가 잘못 설정됐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들 바뀔 것은 없고, 바뀌어서도 안된다.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으로 주제를 바꿨어야 하나. 그러면 함께 글 쓰는 엄 작가는 12살의 꼬마여서 쓸 이야기가 별로 없겠다.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고개 숙여 사과할 일들이 있다.
사랑을 찾기 위한 시간 여행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행이 될 것이다.
後記.
사랑을 찾거나, 회복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다 보면 걸리는 게 꼭 하나 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주인공 수현은 시간 여행으로 30년 전 자신과 만난다. 그리고는 과거와 미래의 수현이 함께 불의의 사고로 죽은 연인을 살리고자 애쓴다.
결국 연인은 살리지만 그녀를 떠난다. 뒤바뀐 과거가 현재의 딸의 존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죽은 연인을 30년 동안 그리워했지만, 그 후 태어난 딸을 20년간 사랑한 아빠이기도 하니까.
가족과 사랑에 대해 너무 많은 교훈을 주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뒤틀린 상황을 바로 잡고자 주인공 팀은 시간 여행을 떠나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는 제약이 있다. 뒤바뀐 상황으로 인해 아이도 바뀌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이다.
시간 여행으로 바꿀 수 없는 것, 바뀌어서는 안 될 것, 대체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것이 있다는 메시지다.
‘어바웃 타임’에서 행복을 위한 아버지의 조언이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라. 그리고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아라.’
그러면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 살면서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두 번 살던 팀은 언제부턴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을 충실히 사는 것, 한 번뿐이기에 더 소중한 시간을 살기 위해서.
가끔 내가 스무 살로 돌아가서 삶을 다시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상은 해도 훌쩍 시간 여행을 떠나진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있고, 각시가 있으니까.
아버지, 어머니, 동생, 조카, 장모님, 처남도 있으니까.
다만 가족과 함께 보낸 지지난 주말을 한 번 더 살아보고 싶기는하다.
Happy Valentineday!
<끝>
글. 엘리엇
- 별별차이나는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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