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에 일찍 왔다.
최근에 좋아하는 최갑수 작가님의 <밤의 공항에서>이라는 책을 읽으며 공항의 밤을 느끼고 싶었지만
온 지 5분 만에 후회했다. 잠이 밀려온다.
난 불면증인데 왜 남의 집(특히 은송이집)에서는 겁나 잘 자는 걸까. 밖에서는 잠이 오네 늘.
애매해 게 새벽 비행기라 조금 자고 2시에 출발할 것 같으면 불면증도 심해진 지금
공항에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착각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 정보는 빠르다.
<인천공항 밤샘>이라는 초록창에서 검색을 하면 이미 주르륵 정보가 나오기 때문이다.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말이다.
이미 공항 아래 있는 찜질방은 만 원이라 사람들이 대기 줄까지 서있다.
도착장 B 옆에 있는 투썸플레이스는 콘센트도 있고, 와이파이가 있어서 명당이라고 한다.
마침 왔더니 역시나 만석이다.
중간 2층에 있는 던킨 도넛은 불은 다 꺼져있지만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쪽으로 이동하니 어두컴 텀한데 썸 타는 사이가 사귀네 마네 옥신각신하길래 아주 꼴값이다 싶었다.
암튼 서로 좋아하면 밀당하지 말고 그냥 한쪽이 밀어 부처야 하나보다.
그 사이에 멀리 보이는 투썸에 자리가 비었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저기에
저 자리에 내가 4시간 동안 버틸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존버자리기 때문이다.
막상 자리에 오니 아늑한데 옆에 본의 아니게 옆자리와 가까워서 힐끔 보다가(보고 싶진 않았다만)
남자는 야동을 본다. 외국인인가 보다. (요즘 우리나라 사이트 다 막혔거등) 힐끔힐끔
근데 이 남자 대단하네 아이패드를 그냥 놓고 화장실을 간다.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방은 괜찮을까?
한국이라 괜찮을지도 모르겠으나
여전히 조심은 해야겠지.
아 방금 그 썸 타는 커플은 다시 투썸에서 커피를 사고 은밀한 투썸으로 가고 있다.
새벽까지 인천공항으로 떨어지는 도착 B 게이트 앞은 그래서 그런지 밤 1시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
이번 여행마저 노트북을 들고 가기 싫었다.
여전히 표정에 싫은 티가 났고,
기분은 태도가 되었다.
난 또 이번 휴가 앞에 일을 다 못 끝냈다. 멍청하게
즐겁게 일하기도 벅차고, 아쉬운 시간인데
늘 감정 표현이 너무 지나쳐 후회하는 것 같다.
세상 잘 웃고, 세상 놀기 좋아하는
그런 것과 동시에 세상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나인데
/
어떤 결정을 했을 때 "너는 잘 할 거야" ,"잘하는 게 있잖아"라고 해주는 말들이
고맙다가
"그래서 저는 뭘 잘하는 걸까요?"라고 되묻고 싶은 요즘이다.
그래서 나는 뭘 잘하나요.
그냥 쉬면 안 돼요?
/
매일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건 슬픈 것 같다.
근데 뭐 회사 사람이잖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표현이 나는 마음과 다르게 말로 나온다.
그래서 상대는 오해하고, 지나친 감정 표현으로 선을 넘기도
이제 한 달 남았다.
있을 때 잘해드리고 싶다.
더는 감정 상하지 않게
좋았던 일들이 더 많은데 아쉽게 안녕할 필요는 없잖아
서로에게,
/
이 글을 딴짓을 하며 40분 동안 썼는데
옆에 외국인은 아직 야동을 본다. 젊다.
내가 슬적 보는 걸아는 지 조금 옆으로 갔다.
/
그렇게
두시간 반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