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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Sep 01. 2016

제주여행을 하며 끄느적거린 속마음

때론 생각이 많은 것도 문제


배를 타고 들어간 우도

우도의 멋진 풍경보다 민박집 평상에 누워 보던 일몰과 여름 바람이 너무 좋았다. 

“할망 사진 하나 찍어도 돼요?”

“할머니 아니라니까~” (제주도 사투리로 변형할 것)

문득 안부가 묻고 싶어 졌다. 

그해 여름, 그리고 그때의 우리에게도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제주도를 걷다가

영화 어바웃 타임이 생각나서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나만 '이 밴드', ' 이 음악'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공통적인 마음이 있다.

그래서 브로콜리너마저에서계피가 나왔을 때 아쉬웠고, 10cm가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반가웠지만 뭔가 아쉬웠던 때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 제주도도 많이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찾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나만의 공간, 한적한 공간은 아니지만 다시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티켓팅하고 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아도

발길이 닿는 곳.



여행을 하다 멍하니 기다려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하도리 아침 버스 정류소

자주 오지 않는 버스가 올 때의 반가움이란!  

버스가 오니 서로를 챙겨가며 버스를 탑승하는 모습

하도리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제주도의 모습을 

아직은 고요히 간직하고 있는

보석 같은 곳 대평리

“그렇게 좋으면 제주도에서 살아”

“설레는 공간이 일상적이게 되면 슬프지 않을까?”

말이야 쉽지

네가 집 구해줄 거냐

신입사원 때

자리에 울리는 전화벨에 조마조마했고,

종이 몇 장 복사하는데도 안절부절했고,

첨부파일 빼고 보낸 아웃룩 메일에 넋이 나갔는데 


이제는 3년 차

아무것도 반응 없는 내 모습에 놀란다.



부장님이 가족여행 간다고 물어보고

과장님이 바람 쐬러 간다고 물어보고 

대리님이 여자 친구랑 간다고 물어보고

내가 무슨 여행사 다니는 직원인가 구시렁 거리면서

엑셀을 키고 있는 나는 뭐냐


함께 왔던 공간에 혼자 왔을 때

솔직히

생각 한번 안 났다면 거짓말.

그런데 언제 아팠냐는 듯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참 이상하지

제주도 어느 여름

바람이 불던 날

기억해 줄 수 있니 우리 서로 사랑한 것을


성격이 활발해 보여서 사람들 많은 곳을 좋아할 것 같아 보이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여행하기 좋아한다.

제주도 골목길은 그런 나에게 딱이었다. 철없던 어린날 인턴생활이 너무 힘들어 사표를 쓰고 100만 원 훌쩍 들고 여행을 해보겠다며 제주도로 날아왔던 기억. 태풍에 비행기 결항으로 제주공항에서 피난민처럼 대기번호를 기다리며 언제 집으로 갈지 막막했던 기억. 쏟아지는 비를 피해 몸을 녹였던 게스트하우스. 그 비가 그친 후 종달리를 덮을 만큼 활짝 폈던 무지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용눈이 오름 위 바람.


위로와

위안이 되는

그런 공간, 

그래서 "또, 제주도에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를 좋아했던 시작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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