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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Sep 25. 2016

오랜만에 꺼내보는 제주여행 노트

친구가 “일상이 여행” 이라고 했다.

그럼 내 여행은 왜 이렇게 고달프니?


‘내가 그래도 쟤보다는 열심히 살지’에서

“쟤”를 맡고 있습니다.

곧 황금색으로 변할  

제주도의 가을 도로를 달렸다.


동쪽에 오름은 용눈이 오름이 있다면 

서쪽에 오름은 새별오름이다!


여름 옷을 벗고 

가을 옷을 입고 있는 새별오름

억새가 예쁜 새별오름은

아직인가 보다.


여름 보다 가을에 더 예쁘다는 새별 오름.

날씨가 흐려서 새별오름에 예쁜 모습은 담지 못했지만

새별오름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공항을 가기 전 세화우체국에 들려 엽서를 보낸다.


내가 만든 제주도 엽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삐둘삐둘한 글씨로

여행하는 순간을 적어

우표에 침을 발라 붙인 뒤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낸다면

누군가가 나에게 엽서를 보낸다면

고산리에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 때 스탭분이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의 대화가 흥미로웠던 것은


“제주도에 몇 박 며칠 있어요?”,”어디 다녀오셨어요?”,”어디서 오셨어요?”,”누구랑 오셨어요?” 가 아녔다. 

“왜 제주도에 오셨어요?”,”요즘 즐거운 일은 뭐에요?” 숱한 여행을 다녔지만 이런 질문에 컥! 숨이 막혔다.


“왜 왔지?”

사실 왜라는 이유를 찾기엔 그냥 이유가 없는 것이 이유라


“이유가 없어요”

“어쩜 모든 일은 이유는 없는데 연관은 있을 거예요”


나에게 제주도를 왜 왔는지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잘난 척 같은 대화로 들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왜 여행을 왔냐?”라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내가 나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스러움…

나를 돌아보는 여행, 뭐 나와 대화를 위한 여행을 하러 간다고 하지만

여행을 오면 이것 또한 일상이다.

남들이 다가는 곳을 얼굴만 바꿔 사진을 찍고, 맛집이라는 곳에서 줄을 서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가면 꼭 가봐야 할 곳 top5라는 정보를 보고 기억 했다가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깊게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것의 깊이를 생각하긴 어렵지만

각박한 도시의 현기증을 잠시 잊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 아닐까

다시 고산리를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는 없어졌다.

그도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아직도 내가 왜 제주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혼자 여행 가면 심심하지 않아요?

- 뭐 심심하기도 하죠. 


혼자 가면 심심하다.

말하고 싶을 때 혼자 말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떤 것도 구속받지 않아서 좋다.

쉬고 싶으며 쉬고, 걷고 싶으면 걷고, 먹고 싶으면 먹고


그래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잖아

혼자 떠나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런데 왜 혼자 가요?

- 맞출게 없잖아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으니까요

나는 회사원이다.

어릴 때 꿈을 적으라면 단 한번도 적어 본적 없는 회사원이다.

동기들이 모였다.

힘들다고 죽겠단다.

여기 있는 모두 어릴 때 꿈을 적으라면 회사원을 적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꿈에도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으니

힘들 수 밖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을 오면 찾는 곳 중하나 ‘김영갑 갤러리’

김영갑 선생님은 제주도 오름이 좋아

한 평생 제주도 오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하셨다. 

갤러리 구석에 있는 작게 쓰여진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저 좋아서”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평생을

하나의

소재에

꾸준히

작업한

열정에

존경을

보낸다



다음생에 꼭 만나보고 싶다.

왜 그렇게 제주도가 제주도 오름이 좋으셨는지 물어보고 싶다.

답을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답을 찾아야 했기에 더 고달펐다.

때론 ‘아무 이유 없이. 그냥’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는 답일 지도.

벚꽃이 피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위미리 


벚꽃이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요한 위미리

넘을까

말까

고민하는 너의 눈 빛

난 너가 담벼락에 그 만큼 올라간 것도 용하다.


덕분에 골목길을 걷다 주저 앉았네…

가만 보자 동전이 어디 있더라?

나도 모르게 호주머니를 만지작, 만지작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공간에 머뭄인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날씨가 좋은 건

무슨 법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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