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안녕. 우리 강아지
언니오빠 집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우리 강아지는 오빠랑 엄마집에 갔을 시간이네
언니는 오늘 일이 있어 같이 못 갔어.
그래도 아침에 언니가 마사지도 해주고, 금방 또 만나자고 약속했지?
언니는 방금 일을 다 보고 집에 왔는데 우리 강아지가 없어서 너무 허전했어.
우리 강아지가 남기고 간 물그릇,
노즈워크 장난감 속 사료 세알(간식은 다 빼먹은 똑똑한 우리 강아지),
오빠가 빼놓고 간 우리 강아지 최애 간식 밥이 보약 육포 1개랑 고구마 1개.
언니는 매번 우리 강아지가 왔다 갔을 때 짐 정리를 하면서 느끼는 게 있어.
그게 뭐냐면 '우리 강아지는 정말 언니가 동경하는 간결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구나'하는 거야.
언니도 우리 강아지 짐 정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웃기기도 하고,
오빠는 이런 얘길 할 때마다 언니를 놀리긴 하는데...
그래도 언니가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
일단 우리 강아지 짐은(쉬야 패드 및 사료 제외)
가로세로 50cm 정사각형 박스 하나에 모두 담을 수 있어
여름에 살 탈까 봐 입는 나시 한벌,
간절기용 긴팔 한벌,
영하로 떨어진 날 입는 패딩 한 벌,
그리고 장난감 몇 개와 물그릇, 밥그릇과 거치대
이 정도만 소유하고도 사계절을 보낼 수 있는 너를 통해 인생의 간결함을 배운다.
그리고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너를 보며
맛있는 간식 하나를 먹으면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너를 보며
산책을 할 때마다 열심히 냄새를 킁킁 맡고, 이곳저곳을 관찰하는 너를 보며
외출 후 언니오빠를 반기는 너를 보며
<그리스 인 조르바>에서 얘기한 '개처럼 산다'는 표현이 떠올랐어.
언니는 '우리 강아지처럼 살자'라고 표현을 바꿔볼게.
지나간 어제를 후회하지 않는
현재에 집중하는 삶,
매 순간이 처음인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사는 삶
털복숭이와 함께 살아보지 않아
털복숭이 세상으로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이
언니의 이 글을 본다면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하네 뭘 배워 개한테'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언니는 우리 강아지를 만나지 않고 살았던 32년의 삶보다
우리 강아지를 만나고 나서의 5년이 더 값지고, 삶을 더 깊게 사랑하게 된 것 같아.
그리고 이 글을 이런 세상을 만나게 해 준 우리 강아지에 대한 언니의 러브레터야
그리고 언니는 우리 강아지와 같은 삶을 계속해서 동경하며
하루하루를 '이왕이면 즐거운 방향으로'라는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으로 살아볼게
(이왕이면 물건도 덜 사는 방향으로... ㅋㅋㅋ)
너무너무너무 사랑한다.
*추신
언니오빠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건강 강아지로 오래오래 함께 사는 거야 그러니 간식 조금만 줄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