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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Feb 19. 2020

2020 '나로 살기'

<요가로운 하나>시작. 늦은 2월에 글로 옮기는 나의 다짐

2019년 12월, 우리는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와 남편은 해가 있는 동안 내내 부드러운 모래를 만지며 놀았고, 나는 얕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녔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떠난 여행이라 좋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주제가 없는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밤이 되면 잠을 잤다. 동경하던 일이다.


여행을 계획하면 제일 먼저 교통과 숙소를 선택한다. 다음은 어김없이 '맛집검색'. 남편과 살면서 제일 바뀐 점은 더이상 '맛집'을 검색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은 "딱 지나다보면 느낌이 오는 곳이 있어. 보통은 실패하지 않지. 내가 촉이 좋거든"이라고 하지만 남편의 촉이 유난히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맛없는 식사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여행을 가면 그 곳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한다. 집에선 10분거리 마트에 갈 때도 차키부터 챙기지만, 여행지에서는 걷는다. 특별히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 아침, 저녁 식사 후에 주변을 산책한다. 그럴때 지나가면서 맛있는 음식냄새가 나는 곳,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밝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곳 들을 체크해 두었다가 다음날 들러보곤 한다. 식사를 마친 가족이 모두 웃으면서 나오는 곳은 왠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4박 5일의 일정동안 잘 먹고 잘 놀았다. 하루종일 바다에 나가있어 까맣게 탔고, 옷과 신발은 아무리 털어도 모래가 또 나왔다. 둘만의 여행에서는 술을 참 많이도 마셨던 것 같은데,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는 (피곤해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는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날 때도 늘 맑게 일어날 수 있다.


남편과 아들은 느긋하게 늦잠을 자도록 두고 혼자 앉아 지난 일년을 생각했다. 작년까지는 꾸역꾸역 힘줘 버티기만 했는데, 올해는 그래도 웃을 여유가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고생하는 남편이 대견하고 고맙다. 건강하고 밝은 아이도 고맙다. 


새로운 한 해를 생각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돈을 많이 벌고 날씬하고 예쁜 그런 사람이 아니라, 깊고 넓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섹시한 허리보다는 기품있는 어깨를 갖고 싶다. 단단하지만 경직되지 않고, 부드럽지만 퍼지지 않은 사람이 되고싶다. 조금 더 따뜻하고 유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다. 


11월 부터 시작한 요가와 명상이 나를 조금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바로 앉아 2020년 나의 다짐을 써 보았다.



1.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는다

2. 몸을 조금  쓰고 유용하게 움직인다

3. 유연한 몸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온다

4. 일상을 보다  창의적이게창의_크리에이티브함_ 쥐어 짠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5. 책을 읽는다

6. 좋은 음악을 듣는다

7. 고전을 읽고 듣는다그리고 본다

8. 무엇이든 클래식한 것을 가까이 한다

9. 남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다

10. 매일 요가매트 위에 선다

11. 조용한 차시간을 갖는다명상한다

12.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13. 돈은 가치있는 것에만 쓴다어떤 가치든

14. 시간도 가치있는 것에만   있게 노력한다

15. 나의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도 존중한다

16. 가족은  이면서 타인인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여행에서 적은 나의 다짐들을 늘 곁에 두고 생활하자 마음먹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새해가 시작되었고, 생일이 지났고, 설명절도 지났다. 2월 말이 되서야 글로 옮겨 적는 이유는 어느정도 지킨 다음 공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들, 어렵지 않는 것들이지만 꾸준히 지켜내기가 쉽지않을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괜히 '전 앞으로 이렇게 살 거에요'라고 떠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노력 중이다. 매일 요가를 하고 차시간을 보낸다. 영감이 주는 작가의 책을 읽고, 고전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한다. 청소와 빨래,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마음이 가볍다. 제일 어려운 것은 시간을 가치있게 쓰는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 또한 어렵다. 아주 조금의 변화에 예민해져서 늦게까지 잠을 못자거나 아침을 개운하게 시작하지 못하는 날이 아직은 많다.


이런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면 더 나은 내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씩의 변화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요가로운 하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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