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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Feb 20. 2020

01. 나의 두 발로 서기

타다아사나 Tadasana : 똑바로 서기도 참 어렵구나

<요가로운 하나>의 연재는 요가 아사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요가와 함께 하면서 천천히 바뀌는 나의 생각,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 정도의 의미이다. 


요가를 참 많이도 시도했었다. 엄마는 마흔다섯에 요가지도자과정(TTC)를 마쳤고, 과정 중에 나는 엄마의 가장 가까운 (첫번째) 학생이었다. 마침 다이어트를 해야만 했던 나는 시키는 대로 따라했지만 의미도 모르고 무작정 몸만 따라한 요가수련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에도 유명하다는 핫요가 클래스, 잘 나가는 스튜디오에 등록을 했지만 총 열 번도 채우지 못하고 포기했다.


이제 겨우 3개월이 지났지만, 이번엔 꽤 오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요가=아사나 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직 깊은 요가의 의미를 알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요가는 수행이고 오랜 수련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요가매트 위에서 하는 시간보다 숨 쉬는 모든 시간에 마음과 생각, 행동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원'에 다니고 있으니 아사나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다. 매일 이렇게 아프고 뜯기는 것 같은데 언젠가 편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까..?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선다. 가기 위해, 머무르기 위해, 이동하기 위해 서있는다.


여러 아사나를 하면서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두 발과 무릎, 허벅지를 모아 산처럼 곧고 단단하게 서는 "타다아사나"이다. 분명 어려운 일이 전혀 아닌데 어렵다. 의식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발과 무릎 허벅지를 모두 힘을 살짝 줘 붙이는 것이 쉽지않다. 의식하지 않으면 턱이 빠지거나 어깨가 굽는다. 다리를 붙이기 위해 엉덩이에 힘을 주면 가슴이 자연스럽게 들려 올라오는데, 이때 더 잘하려고 자세를 잡아보면 허리가 뒤집어지고 갈비뼈가 너무 벌어져버린다. 제일 힘든 일은 두 발바닥에 고루 힘을 싣기이다. 발 앞쪽과 발가락 다섯개, 바깥쪽과 발 뒤꿈치까지 고루 힘을 주고 서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하루 3분, 5분 바르게 서서 깊게 숨을 쉬어보자. 두 발로 서기도 이렇게 힘든데, 그동안 남들보다 먼저 가려고 숨이 차도록 뛰었다. 매일 바르게 서본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게 쉬어본다. 마음에 담아둔 것들이 감은 눈 앞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새벽에 인사도 없이 그냥 보낸 남편, 아침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 잔소리만 하고 온 동생을 생각했다.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지면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지나간 일은 담아두지 않기로 한다. 내일은 부은 얼굴로 인사를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하나만 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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