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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Jan 27. 2021

06. 찰나의 순간, 깨달은 줄 알았는데 이내 달아났다

부장가 아사나_ bhujangasana : 모두 연결되어있다

요가수트라
2장 46절 자세는 안정되고 편안해야 한다.

여전히 “나 요가해”라고 하면 ‘요가라니 대단하다. 그거 나도 해봤는데, 아파서 힘들더라.’ ‘운동량이 많지 않아서 살이 빠지진 않는 것 같더라.’ ‘너 그럼 다리 찢기 할 수 있어?’ ‘이효리처럼 물구나무서서 뒤로 넘기고 막 그런 거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운동량은 하기 나름이고, 어떤 날은 땀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 날도 있지. 땀이 나지 않았다고 요가를 안 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하는 날엔 또 그 나름의 의미가 있어. 다리 찢기 안되고, 머리 서기는 연습 중. 살은 요가를 한다고 빠지는 건 아니고 먹는 걸 좀 조절하면 빠지겠지?”라고 대답하지만, 아파서 힘들더라는 말에는 쉽게 대답을 줄 수가 없다. 일단 몸은 안 움직이다가 움직이는 거라 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매일 한다고 안 아파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다르게 아프지만, 이제는 그 아픔이 고통스럽거나 짜증 나는 쪽이 아니라 그저 오늘의 나의 몫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라 그 과정의 마음을 한 두 마디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요가는 참 좋아서 누구에게나 권하고 또 권하고 싶지만, 고통과 불편함을 그저 나처럼 견뎌보라고 그 안에서 분명 깨닫는 것들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아프다. 오금을 펼칠 때 쨍하는 느낌과 함께 짜증이 밀려오는 날도 있고, 옆구리를 늘려 펼칠 때 숨이 턱 막혀 정신을 못 차리겠다 싶은 날도 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자세를 할 때는 속으로 선생님을 원망하는 날도 많다.

그 중 최고는 바로 부장가아사나. 일명 뱀자세 라고 하는 이 동작은 ‘요가’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몇 가지 동작 중 하나이다. 엎드려 두 다리를 곧게 쭉 뻗고 팔은 얼굴 옆, 어깨 아래, 혹은 가슴 옆에서 뻗어 상체를 위로 드는 동작이다. 평상시 기지개를 켜거나 누워 엎드린 자세에서 일어날 때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어쩌면 생활에서도 많이 하던 자세 중에 하나.

나는 이 부장가아사나로 일 년이 넘게_요가하는 내내_고생 중이다. 내가 하고 있는 요가에서는 부장가아사나로 오랜 시간 머물러 있는 날이 많다. 3분, 5분, 10분, 15분. 길게는 30분이 넘게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지만 내가 해 본 최장 시간은 15분. 시간이 길게 있었다고 더 좋은 날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자세는 분명히 중요한 자세 중에 하나이다. 후굴의 기본이라고 해야 할까? 이 자세는 디스크를 완화시키고 허리와 복부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겉만 당겨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호흡하면서 뱃속 내장까지 스트레칭해주는 느낌. 척추 하나하나를 짓누르지 않고 위로 당겨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제일 아랫배부터 늘어난다 생각하면서 올리는데, 실제로 바른 자세를 취했을 때는 가슴을 확장되고 등은 약간 조여진 느낌이라 숨이 불편하지 않아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이렇게 글로 쓰면서 그 모습을 눈으로 그릴 수 있지만, 비슷한 느낌을 찾는 데까진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 처음엔 손목의 힘으로 상체를 들어 올렸다. 손목은 과하게 꺾이고 어깨는 위로 솟는다. 양 어깨 사이에서 목은 겁먹은 자라처럼 들어간다. 그 자세로는 1분도 버티기 힘들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으로 몸을 받치고 있으니 당연히 눌려 피가 안 통해 하얗게 질려가고 그럴수록 손목은 더 과하게 꺾인다. 늘 앞으로 약간 굽어있던 등허리는 조금만 들어 올려도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고, 이대로 있다간 허리가 꺾여버리진 않을까 하고 걱정하게 한다.(허리는 이런다고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너무너무 아파서 처음 한 두 달은 이 자세가 힘들어서 그만 다닐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하면서 아주 좋은 느낌으로 자세를 한 적이 있다. 정수리가 정확하게 위로 향하는 느낌, 허리를 들면 턱이 항상 조금씩 들렸었는데 그럴 땐 의식하면서 턱을 아주 조금 아래로 당긴다. 그러면 정수리가 뒤쪽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다. 상체를 뒤로 젖히는 게 아니라 위로 향하는 느낌으로 들어 올린다. 두 다리는 그냥 축 쳐져 있는 게 아니라 엉덩이에 적당히 힘을 주고 모아주는 느낌으로 두 다리를 뻗는다. 허벅지, 무릎, 정강이와 발목 발등까지 어디도 돌아가지 않게 그대로 뻗어 뒤쪽으로 길어지는 느낌이다. 선생님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로 길게 이어지는 기분으로 라고 했는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일 년을 하면서도 긴가민가 하던 이 자세가 그 날 유독 느낌이 좋았던 것은 후굴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부터(꽤 오래되었지만,) 선생님은 이 부장가아사나를 할 때마다 내게 팔을 조금 굽히라 했다. 나는 팔에 힘을 주고 쭉 뻗으면 팔꿈치가 아래쪽 향한다. 팔 안쪽이 하늘을 보다 못해 거의 몸 밖 반대로 돌아갔다. 사실 나는 내 팔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몰랐었고, 알게 되었을 때에도 모두가 팔을 쫙 뻗으면 이렇게 되는 줄 알았다. 좋게 표현하면 팔-팔꿈치-손목 연결이 유연한 것인데 그 유연함은 썩 안전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팔이 과하게 돌아가는 과신전으로 손목과 팔이 자주 아팠다. 매일 자주 쓰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씩 틈틈이 다쳤던 것이다.

“내가 오늘 이 허리를 들어 젖혀보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상체를 팔로 번쩍 하고 들어 올리면 팔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서 팔꿈치 근처가 바깥으로 빙글하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손목과 팔 그리고 어깨는 연결되어있고, 어깨는 목과, 목은 다시 척추 허리와 연결되어있어 어느 곳이 과하게 비틀어지거나 돌아가버리면 차례로 다 막힐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자세는 힘을 주어 허리를 들어 젖혀지는게 아니라 몸 전체에 적당한 힘으로 나눠 천천히 열어주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팔을 조금 굽히니 팔꿈치가 돌아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손목도 아프지 않고 어깨 또한 편안했다. 목부터 머리는 위로 향하고 자연스럽게 목부터 허리까지 척추도 뒤집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씩 들려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치골을 바닥을 단단히 누르고 앞 허벅지도 탄탄하게 바닥을 지지할 수 있었다. 아직 정강이와 발목까지 바닥에 쫙 붙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몸 전체가 하나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할까?

이렇게 뭔가 된 것 같은 날이 온 다음부터 항상 이 자세가 만족스럽게 되면 좋겠지만, 수련은 짧고 생활이 길어 여전히 들쑥날쑥이다. 오늘도 요가를 한다. 느슨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아프지만 괴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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