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를 바꾼 열 가지
아이를 키운 지 만 6년이 지났다. 6년을 했으면 익숙해지고 쉬워질 법도 한데 육아라는 것은 그 모습이 자꾸 바뀌어 익숙해지지도 쉬워지지도 않는다.
키우는 어른도, 자라는 아이도 각자 스타일이 달라 사람마다 힘들다 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육아 선배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는 몸이 힘들고, 아이가 자라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게 애 키우는 거야.’라고 하는데 7살 어린이와 함께 사는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저 정도 혼자 잘하고 순한 애는 열도 키우겠다-(제발 2박 3일만 같이 있어보고 말씀하세요.)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 아이가 조심하는 중이고 엄마 아빠와 있을 때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어린이는 보통 사람이다.(저 정도가 보통이겠지?)
형제 없이 혼자 자라는 어린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같이 놀자.”이다.
“엄마, 팽이 같이 하자.”
“엄마, 종이 같이 접자.”
“엄마, 이거 같이 보자.”
힘들었다. 계속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솔직히 재미도 없었다.
계속된 집콕 시대에 ‘이대로면 너도 힘들고, 나도 너무 힘들다.’ 생각하다가 문득,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싶었다. 내가 재미가 없는 것은 ‘놀아주려고’ 해서 아닐까? 나는 어른이고, 엄마니까 뭔가를 해줘야 하고 조금 더 교육적이어야 하고, 아이를 위해서 상황을 만들어주려고 하다 보니까 재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집에 마당이 생기고 여름이 되자마자 마당 한편에 놔 둘 수영장을 샀다. 두세 시간은 물을 받아야 첨벙거리면서 놀 수 있는 사이즈로, 최대한 큰 걸로.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도 들어갔다. 발로, 손으로 첨벙거리며 놀고, 서로 물을 뿌리고, 간식으로 컵라면도 먹었다. 나도 같이 놀면 재밌다. 놀아주려고 하지 않고 그냥 같이 놀아버리면 즐겁다.
카드게임이나 블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노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어린이에게 어떻게 노는 건지 지금 무슨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타입과 스킬을 물어본다. 당장 이해가 되지 않아도 한참 하다 보면 얼추 따라간다. 같이 포켓몬 사전을 보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 나는 에스퍼 타입을, 아이는 얼음 격투 타입을 좋아한다. 열심히 접은 종이 팽이로 배틀도 한다. 조금 더 센 팽이를 접으려고 칼각을 맞춘다.
여름을 보내면서 나는 조금 바뀐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이런 걸 해줘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나도 너도 즐거운 것을 찾으려고 한다. 보통은 뭐든 그냥 같이 놀다 보면 신이 난다. 대신 적당히 하기. 엄마나 아빠가 너무 신나면 아이는 다음 놀이를 찾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린이는 자기보다 더 잘하는 것은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우리 집 어린이만 그럴지도,
요즘 나의 절친은 아들이다. 놀아주지 않는다. 같이 논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현타가 올 때가 있지만 즐겁게 논다. 언젠가 반대인 날이 오겠지. 그땐 너도 우리에게 이런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