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를 바꾼 열 가지
해를 보고 얼굴을 돌리고, 물이 부족하면 잎이 아래로 쳐진다. 새로운 가지와 잎이 올라올 때에는 전에 있던 것들이 비실거린다. 그러다 새 잎이 올라오면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은 스스로 떨어지고, 나머지 잎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차려 생생해진다.
봄과 여름, 가을에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썬룸에 두었던 식물들이 추울까 걱정되어 거실로 들였다. 극락초는 짙은 초록이던 잎 색이 연하게 바뀌었다. 드라코는 잎이 자꾸 눕는다. 비실거리던 몬스테라는 새 잎을 올렸다. 컬러 벤자민은 이번에도 자리를 옮겼다고 잎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가을에 새로 입양한 다육이들은 약간 웃자라고 있지만 건강해 보인다.
거실이 너무 광장같이 뻥 뚫려있어 중앙에 두고 공간을 좀 분리하려고 들인 겐챠야자는 처음 집에 왔을 때 보다 조금 더 풍성한 느낌이 되었는데 뾰족한 잎, 중간에 쭉 뻗은 줄기, 그리고 새로 나온 잎들까지 수형이 더 예뻐진 것 같다.
그동안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식물을 죽였다. 우리 집이 식물이 못 사는 환경이라고 했고, 식물이랑 나랑은 안 맞다고만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식물도 살아있는 생물이다. 사실 고양이들처럼 움직이질 않아서, 나를 따라다니지 못해서 이 식물들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있는 거라고, 아파도 소리 내지 않고, 물이 모자라도 서서히 말라가니 티도 안 내고 잘도 죽는다 했다. 좀 알아차리게 소리도 나고 그러면 안 죽일 수 있을 텐데라고만 생각했다. 올해 식물을 좀 바라볼 시간이 많아져 알게 된 것은 식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해를 따라 움직이고, 물이 많고, 부족할 때 잎과 줄기의 모양이 달라진다. 바람을 더 맞아야 건강해지는 나무가 있고, 반양지에 가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식물이라고 무조건 일주일, 열흘에 물을 듬뿍 주고, 해만 잘 들게 한다고 잘 자라지 않는다. 금방 티가 나는 동물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예민한 눈으로 바라봐야 알아차릴 수 있다.
감각적인 것들이 좋아 쫓을 때는 식물의 소리와 움직임을 알 수 없었다. 조용히,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때 시선을 돌리면 그 안에 식물이 보인다. 사람에게도 식물 같은 부분이 있다. 깊숙이 있는 진짜 마음은 조용히 천천히 기다려야 알아차릴 수 있다. 나의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