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는 산소가 없다>

by 배혜린

어떤 대화는 산소가 없다
말이 떠오르기 전에
이미 숨이 막힌다


침묵은 무겁게 내려앉고

눈빛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고요하다


입을 열어도
의미는 허공을 맴돌다 사라진다


가슴속 말들은

밀폐된 병 속 불씨처럼
타오르지 못한 채 식어간다


그는 듣고 있었고

나는 말하고 있었지만
그 안엔 숨이 없었다


서로를 향한 호흡이

이미 멎어버린 대화였다


어떤 대화는 산소가 없다

존재는 있으나

살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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