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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없는 책방 Dec 10. 2018

싸우는 의미는 싸우면서 알게 된다.

#개님의 책 읽기 5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서해문집

<출처: 알라딘>


은유 작가의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이하 싸투)는 은유 작가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 놓은 그릇입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현재의 삶에 투정 부리다가도 의연하게 바라보며 일어나서 걷고, 딸과 함께 108배를 하며 웃음 짓습니다.(앵두와 물고기, 함께 있음의 존재론 중에서)


무릇 수필집들이 그러하듯,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거나 강력한 투쟁의식으로 무장하지는 않습니다. 작가의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그녀만의 어조로 전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마치 수다를 떠는 것처럼요.


특별히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풍선마냥 가볍지도 않은 그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위로 받음과 동시에 그 눈을 질투합니다.


책에서 그녀는 딸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며 연인이었다가 엄마 혹은 작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우리는 그녀처럼 다양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모든 일에 동등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몸을 싫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날아다닙니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은 모두가 하는 일이지만, 그 흐름이 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요. 싸울 힘은 남아있는 가요. 저는 바람일까요 풍선일까요.


작가가 책에서 언급한 니체의 말,


'나쁜 짓이라도 하라.'

에 밑줄 긋습니다. 밑줄 그을 힘을 기반으로 힘이 남아있다면 무엇이라도 하리라 마음먹습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일단 해보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요. 설령 나쁜 짓이라는 것(각자의 기준에 따라 평가된)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여기저기서 불어오는 삶과 싸우면서 지지 않으려고 오늘도 나는 발버둥 치는 힘을 얻습니다.


*풍선은 바람을 불어넣을수록 투명해지고,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담아낼 재간이 없을 때 비로소 보이지 않게 됩니다. 풍선이 바람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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