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의 책 읽기 6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일상유감'이라는 칼럼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시의성 있는 문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잘 이야기해주어서(제 편에 서서 보다 조리 있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부제에서 말한 것처럼 문유석 판사의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은 칼럼 ‘일상유감’을 모아 발간 책입니다. 책을 펴자마자 제목처럼 자신은 철저히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하긴 합니다. 칼럼 모음집이라 각 에피소드들이 길지는 않고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문체를 사용하여 읽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문제들의 본질을 생각하다 보면 쉽다고도 할 수 없겠습니다.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한 것과 달리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개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타인을 위해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고른 마음 한편에는 저도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오던 차에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해보려는 속셈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판사라는 직업을 통해 본인이 겪은 에피소드 이외에도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 다른 나라에서 겪은 일들을 통해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필리핀의 공산주의나 미국 백인들이 왜 유색 인종을 거부하는지 등등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이유를 굳이 찾아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함으로써 개인주의가 왜 좋은지 어떻게 개인주의가 성립하는지 설명해줍니다. 직접적으로 단어를 언급하며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주의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본인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글 끄트머리에는 우리가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남깁니다.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사실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을 버리기 어려웠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은 줄줄이 이어지고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의문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넘길수록 저자의 뜻에 함께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정말 그게 된다고 믿지 않았다면, 그냥 덮고 다른 책을 보았을 테니까요. 어쩌면 확신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즐겁듯이 저 스스로가 틀린 걸까 의문 짓던 부분에 대해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모든 일들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부터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습니다. 나는 왜 남을 돕고 싶어 할까, 왜 기부를 할까 생각하다 보니 다 제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마음이 불편한가입니다. 책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이는 저만의 숙제로 천천히 풀어나가면 될 것입니다.
저자의 말 중에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지만, 너무 많은 관계로 초반에 만날 수 있으면서도 함축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표현한 부분이 있어 적어봅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들이
북적대는 술집 같은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다.”
저자는 위의 말에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옮음은 다른 별 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되며, 어차피 잠시 동안 즐겁게 보내야 할 술집에서 서로 오해하고 총질해봤자 내 손해니 잠시 참아주는 사회를 생각한다고.
이것이 곧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함께 살면서 서로의 아픔에 예민하게 공감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분께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