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섰다. 사람을 태우고, 문이 닫혔다. 막 출발하려는 순간, 한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서는 부저를 누른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주저앉았다. 중동 호흡 증후군 메르스로 흰 마스크를 낀 기사의 눈덩이가 날카로워졌다. 그 눈빛을 감지한 아주머니는 상냥하게 "죄송해요. 내리는 걸 깜박했어요." 몇 초간이었지만 침묵은 깊었다. 가볍게 손가락만 까딱하면 뒷문이 열리겠지만 굉장한 힘을 들여 무겁게 늑장 부리며 버튼을 누른다. 그에 반해 문은 시원하게 열렸다. 아주머니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버스에 내렸다.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기사에게 손을 흔든다. 신기하고 쾌활한 아주머니다. 기사는 왜 그랬을까? 왜 화를 냈을까?
버스는 기사의 것이었다. 그는 늦게 부저를 누른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능력을 타인들에게 보여주려 했다. 우위를 점하고자 한 것이다. 다행히 그 의도로 죄송하다는 말과 머리를 숙이는 행동을 이끌었다. 그는 승객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라는 과시다. 궁극적인 것은 존중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존중을 그렇게 끌어내면 자칫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 서로 존중을 바랐다면 불꽃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버스 탄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어디 가면 대접받는데 기사 따위가 지랄이야?라고 나왔다면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차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존중을 받기 위해서 수직적으로 우위에 서려하고, 타인을 지배하고, 위신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외동아들인 탓일까?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4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사업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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