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청소알바가 준 선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시간, 나는 자라났다.

by 한별

아빠가 떠난 지 약 1년 뒤인 2021년 2월,

그동안 해오던 개인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정리하기까지 여러 사연이 있었지만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결론 앞에서

멈춰 서게 되었다.


그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30대의 나이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작은 일이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 공고를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일이 있었다.

새벽 6시부터 8시까지,

사무실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었고,

출근 전 사무실을 정리하는 일이 필요했다.


지금의 나에게 꼭 맞는 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불필요한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있는 시간.

바로 지원했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같은 길을 걸어 출근했다.


내가 맡은 곳은 한 IT 회사였는데,

젊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공간이었다.


탕비실부터 개인 자리까지

정돈된 그 공간을 보며

조용히 하루를 준비했다.

혼자서 묵묵히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로 성경과 찬양을 들으며

그 시간을 채워갔다.


그렇게 약 6개월을 보냈다.

그 시간은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될 자리를 정리하며

나의 마음도 함께 정리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면,

그 시간의 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더 가볍게 시작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내 마음도 조금씩 바르게 세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 버스를 타면

나처럼 일을 하러 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낮아졌다.


아무도 없는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나는 또 한 번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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