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밖으로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

사실 누군가에게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by 한별

2024년 11월,

아빠가 떠난 지 5년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빠를 통해

다시 만난 하나님 안에서 위로와 치유를 경험했다.


혼자 앉아 아빠를 충분히 애도했고,

이제는 감사함으로 기억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던 새벽이었다.

의미 없이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한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 같기도, 목사님 같기도,

책방을 운영하는 분 같기도 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글에 이끌려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그분은 목사이자 작가였고,

책방을 운영하며

자살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야기를

글로 나누고 있었다.


매년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책을 내고,

기억을 세상과 나누고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며 마음이 울컥했다.


떠난 이를 숨기지 않고, 기억하며,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아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은 오래전에 이혼하셨고,

엄마 앞에서 아빠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한 살 터울의 오빠와도 각자의 삶을 살다 보니

아빠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혼자 대화를 해온 듯하다.

일기장에, 핸드폰 메모장에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내려가며

혼자 기억하고, 혼자 애도했다.


아빠의 죽음뿐 아니라

아빠의 삶에도 분명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그 조각들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빠의 삶이 오해되거나 실패로 보일까 두려웠다.


그 책방에서 열리는 북토크 소식을 보게 되었고,

나는 임신한 몸으로 그날 저녁 그곳으로 향했다.


작은 공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왔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 앞에서

아빠의 죽음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감정이 올라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왜 그랬을까.


그때 알았다.

나는 아빠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의 삶이,

아빠의 죽음이

숨겨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이렇게 살아가게 한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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