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떠올리고
아빠를 그리워할수록
엄마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나는 아빠와 부모와 자녀의 관계였지만,
엄마는 아빠와 또 다른 관계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엄마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숨겨야 할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어린 시절 내가 보아온 두 분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로 인해
많이 아파했고,
많이 견뎌야 했다.
집에서는 늘
엄마가 가장의 역할을 감당하셨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편에 서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는 것이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엄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내가 가끔
아빠 이야기를 꺼내면
묵묵히 들어주셨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셔도
그 침묵 안에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아빠로 인해 남겨진 상처가
하나님의 위로 안에서
조금씩 치유되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진심으로 용서하고
자유하게 되기를.
얼마 전,
아빠의 가족들과 함께
추모공원에 모인 적이 있었다.
이혼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엄마도 그 자리에 함께해 주셨다.
쉽지 않은 자리였을 텐데
내가 건넨 작은 제안을
받아들여 주셨다.
돌이켜보면 그 결정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엄마는 꽃 한 다발을 들고 와
아빠의 유골함 앞에
조용히 내려놓고 가셨다.
그 꽃 하나를 놓기까지
우리는 각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을까.
그 순간,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떠난 이후
나는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평생을 애쓰며 살아온 엄마가
이제는 하나님의 품 안에서
자유와 쉼을 누리기를,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다
언젠가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이 기도를
매일 숨 쉬듯 이어간다.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때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원하는 시간은 아닐지라도,
그분의 일하심을 신뢰하며
오늘도
엄마를 더 사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