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실패한 삶일까

사람의 시선이 아닌 하나님의 시선으로

by 한별

아빠가 떠난 뒤,

나는 종종 아빠의 삶을 혼자 떠올려본다.


돌아가신 지 5년이 지났지만

집 베란다 한편에는 아직도

장례식 때 받았던 부의금 봉투와

명단이 적힌 장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정말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명단을 하나씩 다시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어릴 적 아빠와 함께 다니던 교회,

그곳에 계셨던 분들의 이름이었다.


그때는 집사님이셨던 분들이

이제는 장로님이 되어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셨다.


아빠는 그 교회를 참으로 성실하게 섬겼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교회와 사람들에게 내어주셨다.

그 모습이 늘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회가 이전하고, 점점 커져가는 시간 속에서도

아빠는 늘 그 자리에 계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빠는 그 교회를 떠나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로 옮기셨다.


그때 아빠의 마음은 어땠을까.

평생 섬기던 곳을 떠나는 마음,

익숙했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시간,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나는 다 알 수 없다.


다만,

조금은 쓸쓸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아빠의 장례식에 와주셨던 그분들은

아빠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실까.'


누군가는

아빠의 삶을 안타깝게 여겼을 수도 있고,

어쩌면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정도 온전하지 않았고,

자식(나)의 모습도 부족해 보였을 것이고,

삶의 마지막 또한

평탄하지 않았으니까.


나 역시 그 시선 속에 있었던 사람이다.

억지로 교회에 나가고,

마지못해 성가대에 앉아 있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던 아이.


그때의 나는

누군가의 눈에

좋은 열매처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아빠는 실패한 삶이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된다.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시선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빠는 넘어지고, 흔들렸지만

끝까지 믿음을 놓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 나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삶을 정말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아빠의 삶을 통해

나라는 열매를 남기신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며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여전히

세상의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 않은지.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실패와 실수까지도 사용하시는 분이시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세상의 눈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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