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메아리

내가 엄마였다면

by 정온

발이 무거워지며

신발이 어느새 바닥을 스치듯 걷는다


그만 돌아가야지

그런데 발걸음이 멈추지 않아

조금 더 걸었다


매일 걷던 그 길,

산새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봐


발길을 집으로 돌려본다


돌아오는 길

지친 얼굴로 연신 땀을 훔치며

냇물에 마음을 적셨다


해는 이미 기울었건만

아직 놀고 싶은 사내아이는

냇가에서 바짓단을 동동 걷고

물장구를 치며 개구지게 논다


“이제 그만 나와!”

엄마의 외침이

어둠 내린 냇가에

쩌렁쩌렁 메아리친다


아이의 짓궂은 동심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멈칫, 엄마를 힐끔 바라보더니

큰 돌멩이 하나를 주워

물속으로 퐁당— 던진다


아직 한참 어린데

작은 반항이라도 해보려는 듯

얄밉게 피식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내가 엄마였다면’

찰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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