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나무 이야기

by 정온

구수한 입놀림

정겹고 느긋한 그 소리

장기돌을 내려놓던

익숙한 풍경이다


동심이 머문 기억 속

정자나무 평상 아래 둘러앉은 어르신들

장기판을 펼쳐놓고

"장군이요~" 기백 넘치는 그 목소리


구경꾼은 팔짱 끼고 하품하다 흠칫

장기는 두는 이보다

훈수 두는 이가 더 부산했다


말끝마다 실랑이와 고성이 오가다 가도

금세 웃으며 막걸리 한 사발 주고받으면

형님, 아우 그 정에

어깨가 넘실댄다


세상을 품은 작은 장기판

이해와 다툼 사이에 놓인

평화의 마당이었다


한낮, 시끄럽게 우는 매미소리처럼

시골의 고요를 흔들기도

품기도 하던 시간


그 옆

할아버지 따라 나온 똥개는

그늘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언덕 아래 놓인 벤치에서

서넛 모인 어르신들이

훈수와 선수 사이에 앉았다


풍성한 나뭇잎 그늘을 드리우고

딱 딱

장기돌 부딪치는 소리에

걷던 길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떼지만

그 시절 정자나무 아래서 들리던

장기판 소리가

옥구슬 굴러가듯 청아해

푸른 잎 사이 바람 소리처럼

귓가에 오래도록 길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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