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의 가을
가을이 내어준 단풍 산길을 따라 홀로 걷는다.
고요함 속에 '툭툭'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무언가 푸드덕거리는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혹여 작은 돌멩이나 흙이 무너질까 조심스레 비켜 걷는데,
다시 딱딱거리는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새들인가 싶어 나무를 올려다보니,
딱따구리 무리가 힘차게 나무를 쪼고 있었다.
책 속에서만 보던 그 부지런한 일상이
세상에, 눈앞에 펼쳐지다니.
순간, 신기함이 차올라 걸음을 멈췄다.
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보았으나
역광에 가려 뚜렷한 모습을 담지 못했다.
그러나 사진이 무슨 소용일까.
이 생생함은 마음에 새겨야
더 오래 남을 테니까.
살짝 상기된 얼굴로,
한동안 그들의 일과를 지켜보았다.
산길은 온통 노랗고 붉은 단풍잎으로,
빛나는 비단길처럼 물들어 있었다.
마치 화동의 손길로 뿌려놓은 꽃잎처럼 고왔다.
노래가 있다면,
이 사각대는 소리로 불러보고 싶었다.
한참을 가을에 취해 걷다가,
낙엽마저 밟기가 미안해질 즈음,
가을이 충만하게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세상의 예쁜 색들은 모두 여기에 모여
색동옷을 입은 듯,
울긋불긋 수줍은 아기 볼처럼 웃고 있었다.
이 풍경 속에는
추억과 인생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때로는 기억 속에서,
때로는 마음 한켠에서,
시골 장독대 항아리에 담긴 맑은 하늘처럼
나를 고요히 내려다보는 듯했다.
홀로 걷는 낙엽길 위로,
나뭇잎 몇 장이 주르륵 흩날리며 떨어졌다.
아, 지는 순간마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그 황홀한 풍경 속에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
한 발 한 발, 사색하는 걸음으로.
자연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 안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 때문일까,
겨울이 문턱에 다가온 때문일까.
이토록 눈부신 가을이
올해는 더욱 애틋했다.
"빨리 가려거든,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오렴."
반짝이는 낙엽에게 속삭이며,
그렇게 가는 가을을 내 품속에 담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