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낮게 비치는 햇살과 따뜻한 공기에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몰라
잠시 감각을 잃었다.
봄인 듯, 겨울인 듯한 이 가을은
이제 그만 아쉬워하라며
낙엽을 떨어뜨려 작별 인사를 해온다.
아파트 위로 곧게 뻗은 나무들을 보니
어느새 이별을 마쳤는지도 모르게
앙상한 나뭇가지만 흔들고 서 있다.
밤사이 공기는 더 차가워져
외투를 걸쳐 입은 사람들을 보니
겨울이 가까이 온 듯하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선 햇살 아래
발끝에 닿는 바스락 거림을 따라 걷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외로움과 고독의 경계에서
시선이 흔들리다 보면
마음은 차분한 깊이로 가라앉는다.
눈앞에 선 붉은 단풍나무는
일곱 손가락을 꼭 붙잡고
“나는 조금 더 머무를 테야”
하며 매달려 있다.
하지만 밤이 오고,
다시 아침이 오면
너도 결국 떠나가겠지.
계절이 가는 일은
늘 느린 듯 빠르고,
붙잡을 순 없지만
사람들은 또다시 돌아올 그 계절을 기다린다.
봄은 봄이라 좋았고
여름은 여름이라 좋았으며
이 알록달록한 가을은
여물어가던 순간들만큼
마음 깊숙이 담아두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련가.
아마도 지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져버린 것이 더 아쉬운 탓이겠지.
곧 겨울이 온다.
생각해 보면 겨울도 겨울이라 좋았다.
우리는 언제나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
군고구마를 먹고 붕어빵을 사 먹으며
또 작은 즐거움을 찾겠지.
살아가는 건 계절과 닮아 있다.
인생의 사계절 중 하나쯤은
혹독하게 아리기도 하지만,
살아온 시간도 앞으로의 길도
어쩌면 예상치 못한 겨울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산책길을 걷는다.
아침에 마주한 늦가을 풍경을 보며
오늘도 아름다움을
내 마음의 카메라에 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