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인가요 그저 글인가요

by 정온

[프롤로그: 독백]

당신의 마음은 오늘, 돌다리를 건너갈 여유가 있나요?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던 동심을 꺼내어

흐려진 마음을 한 번 닦아봅니다

후ㅡ 하고, 입김을 불어서요.


유리창 너머가 몹시도 궁금했던 시절,

잠시 '자연' 시간으로 돌아가요.


"질문할 사람?"

선생님의 말에

유리창에 턱을 괴고 운동장에 시선을 두었던 내가 손을 듭니다.


"선생님, 유리는 뭘로 만들어요?"


질문을 던진 국민학교 3학년 꼬맹이는

선생님이 들고 있던 지휘봉으로

머리를 툭, 하고 한 대 얻어맞습니다.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고, 창문은 왜 봐!"


아, 그렇군요.

창문은 보는 게 아니었구나.


그 시절 창문은 보는 게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문장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유리는...

뭘로 만드는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정온의 시선


시는 누군가에겐

풀지 않은 수학 같은

난해한 글일 뿐입니다


문장에 머물다

앉고, 서고, 보고, 느끼면 시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글이 됩니다


글의 한 조각, 한 조각을 이어

돌다리 삼아 건너가듯

누군가가 퐁당퐁당 건너간다면

글로 빚어낸

응축된 문장의 성에서

기쁨의 춤을 덩실 추겠지요


이해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감정이 샘이 되는 글이

오늘, 당신에게 질문합니다


이것은 시인가요

아니면 그저 글인가요

이전 10화주저함이 올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