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가온 주황불
가족력이라는 이름의 운명
매년 회사 건강검진을 같은 병원에서 진행해 꽤 세분화 된 데이터가 쌓여있었다.
40초반까지만 해도 건강검진 후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결과지가 나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40중반이 되면서부터 매년 한가지씩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늘어갔다.
첫 번째 주황불은 ‘당뇨 전단계’였다. 식습관과는 무관하게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식습관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주황불은 ‘당뇨 전단계’와 ‘콜레스테롤’이었다. 콜레스테롤 역시 같은 이유였다.
세 번째 주황불은 ‘당뇨 전단계’와 ‘콜레스테롤’, ‘고 요산 수치’였다.
병원에서는 지켜보자라고 했지만, 이대로 지켜보면 여지없이 당뇨, 고지혈, 통풍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가족력은 하나의 기록처럼 나에게 나타났다. 아버지는 당뇨와 통풍, 어머니는 고지혈증과 협심증이 있었다.
하지만, 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1년에 한번 결과지를 통해 ‘아 그렇구나’ 정도로만 치부했기 때문에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살이 찌고 붓기 시작하면서 살을 빼기 위해 찾고 찾은 원인들 중에는 이 주황불들도 상당 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평소 단 것, 군것질을 하지 않았으나 과일을 좋아했고 꼬박꼬박 밥 한그릇을 비우던 식사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과일은 최소화하고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이자 체중계가 -1~2kg 사이를 오갔다. -0.5kg도 어렵던 상황에서는 반갑기만 했다.
하지만, 또다시 그곳에서 멈춰섰다.
혈당 조절기를 사용하며 식전과 식후 혈당 수치가 매우 높은 것을 알게 됐고 식사 전에는 무조건 채소를 먼저 먹고 식사가 끝나면 무조건 30분 이상 걸었다.
그렇게 혈당 수치가 점차 평균치를 향해 내려왔다.
등잔 밑의 해답
4년치 건강검진 결과서를 꼼꼼히 살펴보며 가장 황당했던 건. 마지막 페이지에 부족한 영양분 추천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이제야 보다니.
늘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영양제가 효과적인지 부족한 영양제는 없는지 궁금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답을 들고 답을 구하는 꼴이었다.
혈당과 요산 수치를 낮추기 위해 식단을 신경 쓰고 균형 있는 영양제를 섭취하며 붓기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리에 쥐가 나고 손발이 차갑고 배에 가스가 차서 아프기까지 했다.
하루 최소 만보이상 걷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혈액순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반신욕과 림프 순환 마사지(말이 거창한데 샤워시에 림프 순환 지점들을 열심히 풀어줬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려고 노력했다.
반신욕은 의외로 깊은 수면을 도와줬고 손발과 배가 차가워지는 것이 줄어들자 피부도 점차 좋아졌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중년이 되면 살이 찐다고들 한다. 다이어트도 어렵다고 한다. 식사량을 줄이고 움직임을 늘리라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고 가장 정통한 방법이라고 한다.
거기에 현재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면 어제보다 가볍고 편안한 몸 상태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적어도 생애 첫 웨딩드레스를 가장 날씬한 상태로 입었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2030 가장 예쁠 시간을 지나 40대 그것도 중후반에 맞이한 웨딩은 나의 몸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복스럽게(정신승리??)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좌충우돌 해외 웨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웨딩 당일 아침 남편에게 말했었다.
“나 결혼식 안하고 그냥 집에 가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