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는 낭만에 우린 달려갈 수 있다고
타라 브랙의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 지으세요>. 읽진 않았다. 그냥 호흡하고 미소 지었다. 한동안 이별 Playlist를 듣느라 마음에 폭우가 내렸다. 햇빛이 쨍- 하고 들어오는 날이 되어 알았다. 헤어졌어야 했던 거구나. 앞으로도 헤어질 수도 있구나.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과정이었다. 이별해도 죽지 않는다. 그 정도로 사랑하게 될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랑을 왜 해야 되는지 질문하고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오면 결국 사랑하고 싶구나 생각했다. 누구의 잘못도 없는 이별이 도대체 뭐였는지는 몰라도 미래 앞에 주저하지 않고 과거 속에 주눅 들지 않고 남김없이, 사랑할 테다.
갑자기 이별 Playlist를 들었던 이유는 소개팅 때문이었다. 올해는 사랑을 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사람을 만나고 나니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소개팅은 잘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닌데 갈대 같은 나는 잘 안된 데서 편안함을 느꼈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사람이 한 말이 계속 기억이 나서 일상이 멍해지게 하는 사람이 좋다. 그 사람을 생각하느라 넋이 나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다시 한번 와장창 깨뜨리고 싶다. 감정이 조금씩 옅어진다면, 한 번은 정신 못 차리게 좋아한 사람과 하루하루 지루해지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변하지 않을게’가 아니다. ‘언젠가 변하더라도 만난 게 후회되지 않는, 좋은 친구가 될게’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왜 좋아했는지 정말 모르겠지만, 나부터가 그들이 후회되지 않으니까.
쨍한 햇빛에 나른하다. 홍예진의 <멈춰 서게 하는 것들>이라는 곡과 어울린다. “멈춰서는 낭만에 우린 달려갈 수 있다고 / 내 맘 움직이게 하는 건 여전히 가슴 설레는 순간들 / 느릿한 내 맘들이 도통 움직이지 않아도 / 매일 꿈을 꾸게 하는 순간들 / 그거면 되는 것 같아”. 두쫀쿠는 완벽한 행복이고, 전기장판은 끔찍하게 아늑하며, 눈물은 말랐다. 그러니까 울게 해주길. 웃게 해준 사람만 할 수 있는 거니까. 사랑을 알 수 없게 해주길. 알 것 같아서 했던 게 아니니까. “사랑해. 할 수 있을 때 많이 사랑해. 살아있잖아. 지금 하는 고민도 너무 예뻐.” 최근 만난 언니가 해준 말이 가슴속으로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심장을 나긋나긋하게 한다. 그럴까요?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보다는 ‘지금은, 사랑하고 싶어’가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