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셰프계의 전설 줄리아와 그런 그녀를 닮고 싶어 했던 파워블로거 줄리의 이야기.
산더미 양파
줄리아는 프랑스 요리 강좌 전문가반에 들어간다. 전문가반의 학생은 모두 남성 직업 요리사. 단 몇 초 만에 양파를 써는 학생들과는 달리, 줄리아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눈총을 받게 된다. 그날 저녁, 줄리아 앞에는 양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들의 눈총은 줄리아를 자극했고, 눈물 나는 노력을 하게 만들었다.
‘노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양파 한두 개 썰며 이 정도는 했다는 노력이 아니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양파를 썰며 몰두하는 것. 그것이 줄리아가 눈총을 이겨내려는 ‘노력’이었다.
줄리아가 산더미 양파를 써는 장면은 인화해서 벽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로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동안 스스로 타협하며 노력을 ‘덜’ 하려 했던 날들을 야단치며 조금 더 단단한 노력을 해야겠다.
일상 속 프로젝트
줄리는 본업을 그만두고 프로젝트를 시행한 것이 아니라, 그 일상 속에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물론 줄리의 프로젝트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난이도의 프로젝트이지만, 반복적이기만 했던 그녀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우리 일상에 스스로 만족할만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처럼 일상 속 스파이의 역할이 큰 성취감을 안겨주듯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프로젝트라도 변화를 안겨준다면 일상이 조금은 바빠져도 좋다.
그때, 그곳
영화는 1949년 프랑스, 2002년 뉴욕을 보여준다. 그때, 그 곳을 가면 저런 풍경일까 하고 몰입하게 된다. 몇 장면은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취향을 저격하는 색감이다. 어느 더운 여름날, 파리를 눈에 담으려 눈을 굴리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비단 풍경만 눈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다. 파리에 도착한 줄리아와 남편이 먹은 버터 생선구이는 식욕을 자극했다. 그녀들이 만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던 남편들이 부럽기도 하다.
누군가 줄리앤 줄리아를 볼 예정이라면 빵 몇 조각이라도 챙겨서 보는 걸 추천한다.
왜 줄리아는 줄리의 블로그가 불쾌하다고 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도 풀리지 않던 의문점이다. 어딜 찾아봐도 그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줘요.
“당신은 내 빵의 버터이고, 내 삶의 숨결이야.”
저렇게 달콤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그들의 음식에 노력, 정성뿐만 아니라 곁을 지켜주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정함까지 녹아있다. 그들의 요리가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유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의 빵에 버터가 되어야지. 삶의 숨결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