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일 차
요새 엄마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있어. 그래서 한 명 두 명 엄마를 구해주러 집에 들렀다 가고 있어. 따듯한 마음들 덕분에 엄마는 무기력함에서 꽤 많이 헤어 나온 것 같아.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주 오래된 말이 있어. 엄마는 그 말을 동화처럼, 한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우려고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는 상상을 하며 듣곤 했거든. 근데 엄마가 되어보니까 다른 의미로 들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로 한 마을에 여러 아이가 태어나야, 먹을 것과 지혜를 나누는 부모들이 생기고, 아이가 자라나는 그 어려움과 기쁨을 공감하는 이웃들이 되어서 비로소 살아갈 수 있는 거였어. 엄마는 요새 쌍문동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 아이를 낳은 친한 사람들을 모두 옆집 앞집으로 불러들이고 싶어.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2023년 2분기 출산율이 0.7명이었대. 1명 이하로 떨어진 게 2018년이니까 벌써 5년째야. 또 어찌 보면 5년 안에 다시 회복할지도 모르지. 아무튼 부모와 아이가 있는 풍경이 드문 세상이라는 게 조금 외롭긴 해. 엄마는 앞집과 문 열고 점심 저녁 같이 먹고 뛰노는 게 일상인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 그 시절처럼 살고 싶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