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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기 Nov 09. 2023

50일

50일 차


영시야 네가 벌써 태어난 지 50일이야. 그동안 '50일'에 대한 이야길 정말 많이 들었어. 50일이 넘어가면 아기가 예뻐진다, 50일이 넘어가면 아기가 통잠을 잔다, 50일이 넘어가면... 등등.


50일이 된 너는 정말 생각보다 많이 무럭무럭 자랐어. 쿠션에 누이면 묵직해져서 푹 꺼지기도 하고, 발이 벌써 삐죽 튀어나오기도 해. 볼살은 오동통하게 올랐어. 엄마를 보고 웃을 때면 얼굴이 아주 푸짐한 것이 귀여워. 정말로 너는 갈수록 예뻐지더라. 너의 웃음은, 엄마가 살면서 본 적 없는 너무나 순수한 웃음이라, 한 번씩- 웃어줄 때마다 마음이 표백되는 것 같아. 순도 100%의 행복함을 줘.


너는 90 정도는 울고, 10 정도는 웃곤 하는데. 태어난 지 50일 밖에 안 된 쪼꼬미가 세상에 뭐 그리 싫은 게 많다고 맨날 울까, 어이가 없고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어. 온 힘을 다해서 뿌엥하고 우는 네가 너무 귀여워. 그리고 목 놓아 우는 너를 보면 엄마 속이 시원할 때도 있단다.


하루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전체적으로는 텅 빈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돌봄의 나날들이야. 이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는 너의 볼살로 깨닫고 있단다.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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