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SF. '바이 바이 메모리얼' Code 1
“그럼요. 이쪽입니다.”
아시모프 박사는 지하계단을 가리켰다. 좀 거림직 했지만 어쨌든 업무는 마쳐야 했다. 지하에는 구형 컴퓨터와 자동차 엔진 같은 것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쇳덩어리들이 가득 너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로봇이 있었다.
“바로 이 아입니다. 스잔나, 인사드려요. 이쪽은 클레어 씨예요.”
로봇은 인사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인공지능 로봇을 주문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AI 프로그래밍을 전공하지 않았다. 클리어봇은 단지 10의 제곱 단위의 전자기파까지 감지하여 성분을 분석해내는 민감한 센서와 단순 연산의 CPU를 가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로봇이 인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시모프 박사는 ‘스잔나 잘했어’ 하며 로봇을 쓰다듬었다. 로봇의 뒤통수에 명백히 ‘클리어봇 XP-10T’ 라고 쓰여있지만, 그는 계속 로봇을 스잔나라고 불렀다. 클리어봇 XP-1T 때부터 변함없이.
XP-10T를 뒷좌석에 싣고 시동을 걸어다. 백미러를 보았다. 아시모프 박사가 계속 손을 흔들며 뭐라고 지껄였다.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
“뭐라고요?!”
하고 외치자
“스잔나! 잘 가아! 꼭 돌아와야해애~! 흐흐흑...”
라는 답이 돌아온다. 빌어먹을 로봇 성애자 변태 새끼. 나는 엑셀을 세차게 밟았다. 아시모프 박사의 흐느낌은 도플러 효과도 없이 사라졌다. 시 경계선에서 잉글랜드 시티로 핸들을 꺾었다. 리버풀 레코드에서 비틀즈의 새로운 기념 음반이 1000부 한정으로 나온 것이었다. 내게 단 한 가지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면 그건 비틀즈였다. 아니다. 그러면 유키 구라모토나 죠지 윈스턴이 커피를 엎지를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그들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들의 음악이 그리운 것뿐이다. 그런 건 사서 듣거나 일정액을 내고 다운받으면 그만이다.
“비틀즈 사러 온 거야?”
만나기 싫은 케이시였다. 쓸데없이 낭만적인 남자는 딱 질색이다.
“아, 응. 너도?”
“아아, 너도 꽤 로맨틱한 구석이 있구나아.”
로맨틱? 비틀즈를 로맨스로 추억하는 작자와 나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나는 비틀즈의 철학에 동조할 뿐이었다. 유키와 죠지에 대해서도 해명하자면 잠들기 전에 듣는 명상음악으로서 그들의 역할을 규정할 뿐이었다.
“아아.”
물론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귀찮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아뿔싸. 케이시의 센서는 과학혁명 이전의 것이었다.
“이야아~ 그렇단 말이지. 다시 봤는데에. 우리 어디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비틀즈를 추억해 볼까아 그럼?”
절대 싫다. 일단 치즈 같은 말투부터 질색이다. 게다가 케이시는 비틀즈를 안주거리 삼아 요새 코리아 시티에까지 붐인 풀뿌리 시민단체의 문제점이나, 무정부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지구의 추억’ 행정부의 부활을 토로하며, 붕괴 직전 지구를 탈출한 모 정치인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 분명했다. 공작이 아무리 화려한 낭만의 꼬리를 흔들어도 그건 고작 수컷의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아, 미안해. 아직 일이 다 안 끝났거든. XP-10T 샘플로 광고 기획 아웃라인을 정하는 걸 아직 다 못했어. 재택근무 기간이래도 할 일은 마쳐야지 않겠어?”
나는 재빨리 발길을 돌려 리버풀을 나왔다. 논스톱으로 차에 올랐다. 엑셀레이터. 차는 잉글랜드 시티의 도로를 ‘Help!’를 외치듯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