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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Jun 20. 2018

파리지앵의 주방

파리지앵 인테리어 10

파리지앵의 주방 


 별 시시콜콜한 일을 가지고 고민하는 일을 즐기는 내게 음식과 커피, 차 등을 만들고 즐기는 장소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일단, 부엌, 주방, 키친, 다이닝룸 등의 선택지가 있다. 세 단어 모두 음식을 만드는 장소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미묘한 늬앙스의 차이가 있다. 부엌이라고 하면 어쩐지 커다란 솥단지를 구비해둬야 할 것 같고, 주방이라고 하면 오로지 요리에 매진해야 할 느낌이고, 키친이나 다이닝룸이라고 하면 국문학 전공자로서의 면이 서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솥단지와 민족의 자부심 사이에 있는 ‘주방’을 이번 화의 제목으로 걸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내게 주방은 단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곳 이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내게 주방은 커피를 내려놓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노트북으로 간단한 방송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는 장소다. 요즘 쓰이기 시작한 ‘홈까페’라는 용어가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겠지만 ‘다이닝룸’과 같은 차원에서 괜히 사용하고 싶지 않다.  


내 머리 속의 주방이란 이런 그림이라 차마 ‘부엌’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처럼 까다롭기 짝이 없는 나의 주방은 오랜 고민 끝에 탄생했다. 집을 파리지앵처럼 꾸미기로 마음은 먹었으나, 대체 주방을 파리지앵처럼 꾸미는 게 어떤 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파리지앵의 부엌-키친-다이닝룸 등등의 제목이 붙은 책들을 여러 권 보았으나, 그 책의 저자들 역시 답을 알지 못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파리지앵의 주방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사진들은 도무지 공통의 스타일이 없었다. 벽돌을 쌓아 올린 곳이 있는가 하면, 타일로 둘러쳐진 곳도 있고, 목재 속에 자리한 곳도 있었다. 화려한 색깔을 칠한 곳, 모노톤으로 담백하게 구성한 곳, 빈티지 가구를 배치한 곳, 북유럽의 모던한 가구들만으로 꾸민 곳, 식탁보를 애용하는 곳과 애용하지 않는 곳 등등등. 결론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파리, 너는 자유다! "


파리지앵, 하고 싶은 거 다 해-


책 속에도 답은 없었다. <파리지앵의 스타일 키친>에서 인용


그리하여 나는 파리지앵 인테리어를 하겠다고 해놓고서, 내 맘대로 주방만은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을 다시 옮겨 오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집 속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가 공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파리지앵 스타일’이 아니겠는가.  


 




weekly interior point | 카모메 식당 가져오기


파주 집에서 이미 해보았던 스타일을 그대로 다시 반복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좀더 모던한 느낌을 첨가해 재해석한 카모메 식당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실제 패널을 사용했던 것을 과감히 생략하고, 페인팅만으로 매끈하게 카모메의 포인트를 살렸다. 거기에 말끔한 북유럽형 식탁 대신 이태원에서 세일기간에 발굴한 프랑스산 앤틱 식탁을 두고, 1960년에 만들어졌다는 빈티지 시계와 21세기 팝아트 그림을 함께 벽에 걸었더니, 여러 시대와 문화가 뒤섞인 어엿한 파리지앵의 주방이 완성되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대명사 카모메 식당


이전에 살았던 파주 집의 주방


셀프인테리어 과정 소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등장한 초기의 주방 모습


step 1. 당장 보기 흉한 것부터 제거

step 2. 거실에 설치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주방에도 데코타일을 시공. 

이렇게 기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step 3. 기본 공간에 파주 집에서 쓰던 주방 가구들을 배치한 초기의 주방 풍경. 

북유럽풍의 분위기 


 


step 4. 이태원에서 구한 프랑스산 원형 접이식 식탁을 두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래 사용하던 북유럽풍 식탁은 책꽂이로 변신 


 


step 5.  패널을 설치하는 대신, 마스킹 테이프를 허리 높이로 빙 둘러준 후 아래 부분을 ‘물망초색’ 페인트로 칠했다(페인트칠은 이전 화 참조) 




step 6. 완성된 카모메 + 파리지앵 주방의 모습 :  )  


* 주방 인테리어에 깨알 같이 포함된 여러 새 아이템들은 다음 화에 상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2018. 5. 4. 멀고느린구름.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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